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annie Jul 06. 2020

이태리 음식은 파리에서

자매의 파리에서 삼시세끼: 열 번째 식사

여동생과의 파리 여행 중에 하루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태리 식당을 가보기로 했다. 요즘은 구글로 해외에 있는 식당도 손쉽게 예약할 수 있어서 편리했다. 예약 당일날 레스토랑을 찾아가니 미리 예약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기 식당답게 식당 오픈을 기다리는 줄이 길어서 식당을 빙 둘러쌀 정도였다. 예약 손님이라 당당하게 문 앞에서 식당 오픈을 기다렸다.


파리 여행 동안에 파리 사람들의 시크함에 조금은 적응되었을 때였다. 이때까지 본 프랑스 사람들은 무표정하고 다소 차가운 인상이었다. 그래서 이태리 식당의 오픈을 기다리며 식당 안에서 나는 시끌벅적하고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들이 새로웠다. 오픈을 준비하는 식당 직원들은 다 함께 이태리어로 구호를 외치고 환호성을 지르며 식당 문을 열었다. 그리고 들어오는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했다. 파리에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따뜻한 환영이었다. 이태리 사람들의 열정은 한국사람들과 닮아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래서 더 정감 있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이태리 밖에서 이태리 음식을 먹기 가장 좋은 곳이 파리라는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프랑스는 실제로 미국 다음으로 가장 피자 소비가 많은 나라라고 한다. 프랑스에서 먹는 이태리 음식이 맛이 좋은 이유는 프랑스 사람들이 워낙 미식가라서 그들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훌륭한 음식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생과 예약된 테이블에 앉으니 한껏 들뜬 이태리 청년이 인사를 하며 주문을 받으러 왔다. 미리 조사한 바로 이 식당은 트러플 파스타와 화덕 피자가 맛있다고 해서 트러플 파스타와 마르게리타 피자를 주문했다. 웨이터는 주문을 받더니 피자 위에 치즈를 추가할 것을 추천했다. 여행자라 바가지 쓰는 것에 대해 경계심이 강한 나였기에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웨이터를 쳐다봤다. 그런데 웨이터는 진심인듯했다. 정말 이 치즈가 맛있단다. 그래서 속는 셈 치고 치즈 추가를 했다.



트러플 파스타와 마르게리타 피자가 나왔다. 피자 위에는 커다란 부라타 치즈 몇 덩이와 올리브 오일이 뿌려져 있었다. 일단 트러플 파스타에 대한 기대가 커서 파스타를 한입 먹었다. 트러플이 이런 맛이구나. 분명 고급진 맛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트러플을 처음 먹어본 나로서는 약간 꼬리꼬리한 맛이 났다. 여동생과 파스타를 먹으며 이건 난해하다, 우리는 아직 미식가가 되기에는 멀었는가 보다 했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피자였다. 피자 위에 올라간 부라타 치즈는 폭신폭신하면서 쫀득했다. 피자 자체도 맛있었지만, 치즈로 인해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느낌이었다. 그냥 평범하게 맛있을 뻔했던 화덕피자가 치즈로 인해 기억에 남는 특별한 피자가 됐다. 웨이터님, 의심해서 미안해요.


이날 이태리 식당에서 먹은 음식도 좋았지만, 제일 기억에 남은 것은 시크한 파리에서 잠시나마 경험할 수 있었던 투박한 정과 열정이었다. 웨이터들의 서비스가 비교적 덜 세련됐고, 접시에는 약간 깨진 흔적이 있었고, 유리잔에는 지문이 살짝 보였지만, 이 모든 것이 인간적이었다. 잠시나마 사람 냄새나는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전 09화 어디 가나 하나쯤 있는 전(煎)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