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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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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n Apr 27. 2021

허리병

아주 오랜만에 허리병 문제로 병원에 다녀왔다. 지난겨울부터 조금씩 불편해지더니 지난 주말에는 허리를 펴기 힘들 정도가 됐다. 허리병으로 병원을 이곳저곳 너무 많이 다녀봐서, 내가 듣게 될 말들이 정해져 있음을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병원을 멀리했다. 그러나 아내가 워낙 성화여서 병원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문제가 됐던 건 중학교 3학년 겨울 무렵이었다. 그러니까 이제 20년이 된 일이 되어버렸다. 중3 겨울부터 고3 겨울까지는 운신이 어려운 날이 종종 있을 정도였다. 통증이 생활에서 사라진 적이 없었기 때문에 통증이 덜 한 날이면 "살았다"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일곱 시 반부터 시작해 여섯 시까지인 정규 일과도 거의 다 채우지 못했다. 친구들이 바삐 보내는 동안 나는 항상 한두 시간은 먼저 일어나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아야 다음 날을 간신히 버텨낼 수 있었다.



목표를 향한 걸음이 쪼그라드는 것을 우두커니 지켜볼 수밖에는 없었다. 달리 방법이 없었으니까. 친구들이 자습실에서 공부에 매진할 때, 텅 빈 기숙사에 누워 책을 펴 공부해야 했다. 쉽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통증만큼이나 가능성의 위축을 견뎌내기가 힘든 시간이었다.



학창시절 체육대회에 참여하는 것은 내 일이 아니었다. 몸이 괜찮은 체육시간 축구할 때, 자유롭다는 생각을 했었다. 체력장이 있을 때는 이를 꽉 물고 열심히 했다. 그러나 자신감이 많이 쪼그라들었던 것 같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지 못하는 것이 주는 서러움이 마음을 많이 짓눌렀던 것 같다.



다행히 대학에 입학해서는 많이 좋아졌다. 통증이 없는 날이 점차 많아졌다. 몇 해 동안 좋아했던 스케이트보드도 그때 탈 수 있게 됐다. 종종 통증이 있는 날이 있었다. 그리고 어떤 때는 2~3일씩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인 날도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는 날 통증이 찾아오면, 내색하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점차 통증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다만, 일 년에 두어 차례 찾아오는 통증 앞에서 멈춤을 선택해야 하는 일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었다.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얼마나 많은 엑스레이와 CT, MRI를 찍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역시나 문제가 없지 않았다. 아주 오래전에 들었던 말들이었다.  내가 예상했던 말들도 들었다. 통증의 원인은 디스크 문제에 있는 것 같지만, 당장 조치를 취하기에는 조심스럽고 얼마간 경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혹 허리가 낫는 게 더디다면 정밀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허리가 많이 나빠지지 않았다는 말씀이니 한시름 덜었다.



통증 때문에 힘든 날이 있다. 지금도 그렇다. 그것 말고도 조금 이른 나이지만, 예민한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지난날 내가 무리해서 만든 결과들이 오늘을 조금 더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허리 통증은 생활을 바로잡아야 함을 알려주는 신호 같은 것이 되어주고 있다. 체중이 많이 늘어난 탓, 체중이 늘게 내버려 둔 탓. 그 모든 탓들을 통증이 알려주니까. 이 짧은 글을 쓰는 동안에도 몇 번을 앉았다 일어났다 해야 하지만, 휴식을 내게 주다 보면 괜찮아질 것을 모르지 않기에 답답함을 좀 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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