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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n Oct 10. 2022

Unknowability

모든 불안은 '알 수 없음' 혹은 '이해할 수 없음'에서 온다. 내게 무슨 일이 있을지 알 수 없고, 내가 마주한 일을 넘을 수 있는 힘이 내게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모든 불안이 시작하고, 다른 곳으로 사라지지 않고 내게서 머무는 것이다. 다만, 모든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안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구름이 꽉 낀 날, 우산을 가져다줄 사람 하나 없는 날 하교 시간에 비 내릴까 봐 불안했던 어린 시절의 나처럼 조금은 알지만, 알 수 없음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때, 불안은 온다.


내게 스무 살은 불안의 연속이었고, 서른은 불안의 늪 같았다. 그러나 서른을 훌쩍 넘긴 지금 스물의 나보다, 서른 무렵의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설령 무엇이 내 앞에 나타날지 알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어떤 것의 출현과 그것의 영향을 얼마쯤 버텨낼 힘이 내게 있음을 모르지 않게 됐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내 삶이 멈춰 서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나는 내가 마주했던 고난의 순간을 넘거나, 피해서 여전히 일상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마주한 불안을 과거의 것보다 큰 것이라고 결코 말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무엇인가 조금은 알게 됐더라도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 삶은 기대와 그것에 담긴 믿음을 허물어지는 일 투성이었기 때문이다. 인생을 두고 꼭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하나 해결했다고 믿었던 시간, 그 기대조차 너무나 갑작스럽게 허물어졌다. 그것을 딛고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큰 기대를 품었지만 함께 사라져 가고 있다. 나는 다시 어떤 시작점에 섰고, 다시 어떤 불안의 굴레 속에 빠져들게 됐다.


불안하다고 해서 결코 낙담하지는 않는다. 서른을 갓 넘겼을 때, 나를 덮쳤던 불안이 나를 멈춰 세우려고 했던 적이 있다. 당산역을 지나 합정역을 향하던 2호선 지하철에서 검던 강물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을 여전히 기억한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을 견뎌냈다. 그래서 어떤 불안도 넘거나, 능숙하게는 아니라도 피해 갈 수 있음을 나는 안다. 내가 낙담하지 않는 이유이다.


이문세의 노랫말처럼 "알 수 없는 인생이라 더 아름답다"라고 나는 아직 이야기하지 못한다. 다만, 거울 앞에선 내가 어색할 만큼 시간을 몸과 마음으로 맞고 있지만, 아직은 더 많은 날이 남았음을 알고 있다. 적어도 10년의 큰 도약의 시간과, 지속될 발전의 시간이 내게 있음을 안다. 그 시간을 버티고, 견디고, 즐겨서 좋은 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그 시간을 만드는 내가 될 것이라고 나는 나를 믿는다. 나를 믿다 보면, 아름다웠다고 이야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불안이 나를 멈춰 세우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리려고 한다. 내게 정말이지 삶에 대해서 말씀하시지 않는 아버지의 말씀을 새기고 가려고 한다. 다시 내가 나를 스스로 사랑할만한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힘을 내려고 한다. 정신 바짝 차리고 나를, 나를 둘러싼 삶을 알아냄으로써 불안을 넘고 앎을 통해서 다시 통제력을 갖고 나와 내 삶을 아름답게 하리라. 그래서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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