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을 알림을 끄는 것으로 시작했다. 잠에서 깬 새벽, 여느 때처럼 소셜미디어에서는 세상의 무수한 단면들 중 어느 하나가 변하고 있다고 쉬지 않고 표시하고 있었다. 너무나 요란한 새벽이라는 생각이 특별히 강해졌다. 가입했던 여러 소셜미디어에서 접속을 끊었고, 몇몇 애플리케이션을 휴대전화에서 지웠다.
근래 살아가는 일이 약간 피곤하다고 느껴졌다. 알게 모르게 여러 변화에 신경 쓰며, 변화가 자극하는 생각의 변화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약간은 들떠있는 상태에 있으면서 고요를 견디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뜨면 뉴스 기사를 확인하고, 갱신된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는 했다. 소리가 꺼진 공간을 견디지 못했다.
차분하게 내 호흡소리를 듣는 시간이 없었다. 내 숨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숨을 골라야 하는 것인지, 아닌지 잘 알 수가 없었다. 더 열심히, 더 분주하게 살아야만 한다고 단정하는 것이 습관이었다. 죄책감은 쌓여갔다. 실상 헐떡이고 있었기 때문에 열심히 살기 어려웠다. 그러나 힘이 있는데도 열심히 살지 않는다고 생각해 자신을 괴롭혔다.
생활은 찰나의 성취감이 없는 날이면, 언제나 불안과 불행 사이를 오가며 악순환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카페인을 거듭 채우는 날과 무기력에 대해 죄책감을 너무나 자주 느끼는 날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부지런히 살려고 안간힘을 쓰거나, 힘이 말랐던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이번 가을 들어 왕왕 생각하고는 했다. 10월, 특별히 무기력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호흡하고 있는지 들으며, 깊은 피로감을 덜어내고 생활을 정돈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접속을 끊고, 연결된 세계로부터 한 걸음 떨어지려고 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11월은 소진된 나를 고요와 침묵 속에 있으면서 추슬러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