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무섭고 중요한 연애의 기준
연애법 열네째
우리는 언제 그와 연애해야겠다고 결심할까? 그와 이야기해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연애라는 관계를 맺으려는 결심 말이다. 괜스레 시선이 그를 향할 때? 이상형에 가깝다고 느낄 때? 아니다. 그것은 단지 그에게 호기심을 느끼는 때에 불과하다. 매력있다고 느낀 사람에게 건내는 통속적인 첫 물음이 "저기, 차 한 잔 하실래요?"이지, "저와 연애하실래요?"가 아닌 것은 연애를 직감하는 단계는 단순한 호기심의 단계를 넘은 상태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단언컨대 우리가 그와 연애를 하고싶다고 자각하는 때는 "그가 나의 시간을 잠식하고 있을 때"이다. 그를 생각하고, 그와의 연애가 어떤 모습일지 그리며, 어떻게 그에게 다가가야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그에 대한 호기심은, 좋아하는 마음으로, 좋아하는 마음이 그의 곁에 연인으로 서 보고싶은 욕망으로 빠꼼히 고개를 든다. 시간의 잠식이란 결국 세계의 점유당함을 의미한다. 나의 세계에 대해서 고민하는 대신에 그와 함께할 세계에 대한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나는만큼 나의 세계는 "그의 등장"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시간은 우리의 연애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
시간은 모든 존재함(being)을 지배한다. 연애가 시간에 대한 자각으로부터 시작하듯 연애의 과정 역시 시간에 지배받는다. 우리가 조작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시간이 연애를 앞으로 밀어붙일 때, 우리는 시간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연애를 지속하고, 더 나은 모습으로 진전시키려고 한다면 시간이 우리의 연애에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그리고 우리의 시간에 대한 반응이 어떻게 연애의 모습을 바꿀지 더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연애의 지속과 진전을 위해 시간에 관하여 잊지 말아야할 것은 시간의 "공평함"과 "불가역성"이다. 두가지 속성은 시간의 준엄함과 중요성을 보여주는 시간의 속성이다. 먼저 시간의 공평성은 연애의 지속과 진전을 위해 최소한의 요건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우리는 연애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24시간 중 일부를 할애하여 연애의 일상을 꾸려나간다. 그리고 다시 그 중 일부의 시간은 좋은 연애를 만드는 데 소중한 시간이 된다. 곧 우리는 모든 시간을 연애를 위해서 쓸 수도 없고, 설령 모든 시간을 연애를 위해 쓴다고 하더라도 모든 시간이 연애에 유용한 시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요컨대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자원으로 삼아서 연애의 지속과 진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시간의 불가역성은 결코 간과할 수 없이 중요하다. 시간이 공평하게 주어지듯이 우리가 시간 앞에 무능한 존재라는 사실 역시 차별이 없다. 누구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고, 관찰할 수 없으며, 분할할 수 없다. 그래서 시간은 그 무엇보다 냉혹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우리의 선택에 응수한다. 상대에게 하지 않았으면 했던 실수는 늘 "하지 않았으면 했던 실수"로 남게 되고, 행복이 지나가고 공허하게 되어버린 메마른 연애의 나날을 행복했던 그날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만 흐르는 시간의 힘을 잊지 말고 연애의 일상을 정성을 다해 꾸리려고 노력하는 것 말고 달리 연애를 지속시키고 좋은 연애로 진전되도록 만들 방법을 갖기 어렵다.
주어진 시간을 단순히 "많이" 쏟는 것만으로 연애를 지속하고 진전시키고 싶은 정성이 상대에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사실상 연애를 위해 24시간을 "모두" 쏟기 어렵다. 우리는 아침에 눈뜨면 출근해야하고, 설령 모두 쏟을 수 있더라도 어떤 시간만이 연애의 지속과 진전을 위해 유용하기 때문에 연애를 위해 "충분"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결국 우리는 연애의 지속과 진전을 위하여 쏟을 "적절한 시간"을 찾아내고, 시간을 적절하게 연애를 위하여 쏟아야한다.
적절한 시간은 "지속성"과 "타이밍(timing)"을 기준으로 결정되고, 입증된다. 충분하지 않아도 자신이 쏟을 수 있는 최대의 시간을 쏟는 것은 상대에게 자신의 정성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이다. 단, 지속성은 함께 하는 시간의 총량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지속성은 "많이"가 아니라 "늘"을 입증하는 기준이다. 곧 연인을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연인을 위해 쏟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당신을 위한 내 시간의 지속성을 증명하는 핵심이다. 모임에 나가 연인에게 단 한통의 연락을 하지 않는다면, 연인은 내 시간이 자신에게 항상 할애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할 것이며, 그것은 내 시간이 자신을 위해 최대로 할애되지 않으며 지속성이 없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연인은 그런 나를 자신에게 정성을 쏟는 연인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함께하는 시간의 총량은 중요하다. 연애를 통해 쌓을 이야기의 총량이 함께하는 시간만큼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고 상대로부터 정성을 반드시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의 마음은 상대가 나를 위해 시간을 쏟기 어려운 때, 바로 그 때조차 나를 위해 시간을 쏟고 있다고 느낄 때 전해진다. 곧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생각하고 있다,가 중요하다.
지속성만큼 중요한 것이 타이밍이다. 타이밍은 지속성보다 결코 무겁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속성보다 강렬한 메시지를 준다. 타이밍은 시간의 불가역성으로부터 나온다. 시간은 앞으로만 흐르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시간을 지나치며 살게 되고, 지나친 어떤 시점이 상대에게 중요한 시점일 때 우리는 다시 그 시점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타이밍은 중요하다. 상대가 "내가 필요할 때" 함께 하지 않은 날들이 반복된다면 상대는 소외감을 느낄 것이다. 내가 필요한 이유가 된 모든 감정이 오늘이 아니라 어제 모두 남겨졌고, 나는 오늘 그 감정을 굳이 끄집어내려고 한다면 상대는 홀로인 자신을 재차 발견하며 외로워지고, 나에게 존중받는다고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이와 더불어 타이밍은 내가 상대에게 관심이 있고, 상대를 늘 바라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당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서 내가 당신 곁에 있어주는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관심을 갖고 관찰해서 나를 필요할 것 같은 바로 그 시점에 내가 상대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상대는 내가 자신에게 마음과 시간을 쏟고 있다고 믿을 것이다.
적절한 시간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재빠른 몸짓, 그리고 담대한 마음이 필요하다. 상대에 대하여 관심이 없다면 연애의 수많은 타이밍을 포착할 수 없다. 재빠른 몸짓이 없다면 우리는 타이밍을 알더라도 행동할 수 없다. 그리고 담대한 마음이 없다면 연애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에 과잉 민감하여 한결같은 마음을 지속시키기 어렵다. 곧 관심, 몸짓, 마음이 없다면 우리는 지속성고 타이밍의 기준을 충족할 수 없고, 적절한 시간을 적절하게 쓸 수 없다. 결국 연애의 지속과 진전을 향한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내가 이 연애를 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입증할 수 있는 인내심은 부침이 있는 시간을 견뎌낼 때 입증된다. 너무 서두른다면 연인으로 하여금 자신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고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 시간이 무르익는 그 시점을 포착하고,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스킬이 아니다. 연애를 둘러싼 정적이 내게 던지는 불안을 스킬풀하게 견뎌낼 수 있다면 그것은 어쩌면 사랑이 아닐지 모른다. 불안을 견디는 것은 용기이지 스킬이 아닌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시간의 지속성과 타이밍을 기준으로 적절한 시간을 연애에 쏟는다는 메시지를 연인에게 전달하여 연애의 지속과 진전에 도달한다. 이 메시지는 우리의 행동으로 상대에게 전해진다. 내가 당신을 항상 생각하고, 당신의 상황에 관심을 가지며, 그래서 당신과 당신의 상황을 관찰하며 애쓰고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며 연애의 지속과 진전을 위한 적절한 시간을 쏟고 있다는 믿음을 연인에게 심어주려는 것이다. 시간은 소중하다. 시간이 소중한 것은 너무나 공평하고, 시간 앞에서 너무나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시간의 준엄함 때문이다. 시간의 의미를 항상 잊지 말아야한다.
연애법 열네째
오만과 오판, 그리고 조급한이 초래한 비정상 상태에서 벗어났다. 연애 참 어렵다. 그러나 어렵기 때문에 더 가치있다. 어려움 덕분에 나를 깨닫고, 어려움을 넘기 때문에 내 애인과의 관계가 갖는 힘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애인을 사랑하며 애인과의 시간이 지속될 뿐만 아니라 진전되길 소망한다. 곧 애인은 내게 소중한 사람이다. 항상 소중하게, 소중한 사람은 소중하게 대할 때 진정으로 소중한 사람이 된다. 잊지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