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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n Mar 27. 2017

"나는 누구를 사랑하는가?" 연애와 연애법의 시작

연애법 열다섯째

    연애의 부침을 겪으며 연애법에 대해서 왜 고민해야하는지 자문해보았다. 그리고 어느날에 이렇게 대답했다. "규범이 필요해서"라고. 나의 무분별할지 모르는 행동으로 연애라는 중대사를 그르치지 않도록 무분별한 행동에 제동을 거는 규범을 마음에 안전장치로 하나 심어두는 것이 연애법에 대한 나의 고민이다. 작가 공지영은 사랑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며, 언젠가 사랑이 왔을 때 덤벼들어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자신의 성숙에 신경써야 한다고 적었다.* 결국은 내 분별없는 행동을 스스로 통제(control)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는 점에서 '나의 성숙'이라는 공지영의 맥락과 닿아 있다. 상대를 앞에둔 나에 대한 고민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연애법에 대한 물음을 결국, 그리고 항상 여기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나는 누구를 사랑하는가?



    연애의 이유는 '당신'과 '나'이며, 내 모든 행동의 준거 역시 연애하는 동안 같다. 당신과 나에 대한 관찰과 해석이 충분하지 못한다면 연애의 모든 이유는 흩어지며, 준거를 상실한 나의 행동은 방향을 잃는다. 곧 연애의 이유와 행동의 방향이 없다면, 나의 연애법은 존재할 이유를 잃는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나에 대하여 그리고 누구를 사랑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해야만 한다. 그것이 나와 당신의 연애법의 시작이다.


    이 물음이 누구를 사랑할 것인가, 누구를 사랑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으로 오인되어서는 안된다. 이 질문은 지금 내 옆에 있는 연인의 얼굴을 마주하고 보기 위한 질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질문은 자칫 자신이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인 것 마냥 연인을 상상 속 존재라는 침대 위에 올려두고 어떤 부분이 삐져나오면 잘라내고, 그렇지 못하고 부족하면 억지로 늘이기 위해 연인의 과잉과 부족에 대한 질문으로 변질될 위험도 갖고 있다. 만약 이것이라면 이 질문에 담긴 마음은 연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다. 단지 상상 속에 있는 사람을 찾는 중에 우연히 그가 내 곁에 있어서 상상 속 존재와 그의 일치하는지 확인하려는 욕망에 불과하다. 연애는 바로 당신, 곧 연인을 사랑하는 작업이지 연인을 바로 보지 않고 연인을 시험에 빠뜨리는 작업이어서는 안된다. 설령 사랑하는 작업이 실패하며, 그 원인이 상대에 대한 검증 실패가 되더라도.


    "나는 누구를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은 연인에 대한 관찰과 해석이 핵심인 질문이지만, 주어인 "나"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도 안된다. 내가 그를 사랑해서 연애하며 마주해야하는 것은 내 존재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당신이라는 거대한 세계와의 충돌은 인정받기 위한 투쟁 속에서 나의 정체성을 생존을 건 투쟁에 빠뜨린다. 그 투쟁에서 기필고 살아남아 인정받는 존재로서 무엇보다 탄탄한 자존의 기초를 얻으며 성장하려면 기꺼이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투쟁할 결심을 해야하는 건 '나'이다. 결국 나는 당신을 사랑할만큼 자격이 있고, 능력이 있는가, 부족한 자격과 능력을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곁에서 당신과 연애하기 위해 길러낼 수 있는지 스스로 묻고 답하여야하기 때문에 "나"에 관한 관찰과 해석의 질문을 그쳐서는 안되는 것이다.


    "나는 누구를 사랑하는가?"라는 물음은 결국 나, 당신, 그리고 우리의 세계에 관한 존재론적 질문이다. 곧 나와 당신의 세계는 어떤 모습인지, 두 세계 사이 어디에 경계선이 있는지, 그 경계선을 기점으로 꾸려진 세계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묻는 질문인 것이다. 그것은 연애를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한 첫 질문이다. 그리고 거기서 연애가 시작되며, 연애법도 시작된다.



    다시, 그리고 항상 묻는다.

    

    나는 누구를 사랑하는가?




    연애법 열다섯째




    나는 누구를 사랑하는가? 당신, 내 애인인 당신.




*. 공지영,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해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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