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일기

새로운 궤적

by somewhen

이사를 마쳤습니다. 닷새 정도 짐을 정리했습니다. 책 정리를 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의 시작은 논문 작업을 하고, 새롭게 연구할 것들을 찾는 노력을 일상에서 반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 정리가 가장 급했습니다. 책상을 중심으로 공부를 위해서 자주 찾는 책을 꽂고, 그저 읽고 싶어서 샀던 책들은 손에서 멀리 두었습니다.


책의 배치는 때로 생각의 전개도 같은 것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탓인지 가끔 떠오르는 책의 문장을 찾지 못하게 되었을 때, 생각에서 또 글에서 어떤 생각을 담은 말과 글이 사라지게 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책을 찾지 못하게 되면 지도에서 찢어진 혹인 흐릿하게 지워진 부분이 생긴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이사를 할 때마다 책 정리에 각별하게 신경을 썼고, 이번에도 특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열 평 좀 못되게 규모를 줄여서 이사를 해서 가구 배치를 이전 집과 전혀 다르게 해야 해서 약간 골치가 아팠습니다. 지난번 집은 생활을 위해서 필요하지 않은 공간이 너무 많았습니다. 책방과 침실에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거실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사를 할 때, 적절한 크기의 공간을 찾는다고 찾았는데, 짐을 정리할 때는 역시나 공간에 맞춰 물건을 구매했었기 때문에 줄어든 만큼 공간이 아쉬웠습니다.


처음 이사할 집을 보러 왔을 때 생각한 것보다 공간이 더 좁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버릴까 고민했던 큰 탁자를 버리고 나서야 지끈지끈한 구석이 사라졌습니다. 탁자를 버린 덕에 생긴 공간에는 리클라이너 의자를 사서 두었습니다. 레이지보이 의자를 저렴하게 샀습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책상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인데, 컴퓨터 앞에 앉아 책을 읽을 때면 집중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침실에 책상을 따로 두기도 했지만, 1인용 소파를 사서 책을 읽는 공간을 따로 두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공간의 지배를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정리를 하고, 처음으로 집 주변을 살폈습니다. 이사를 할 때마다 동네 이곳저곳을 다녀보는 편인데, 이번에도 카페, 식당 등을 살피며 걸어 다녔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탓에 달리기를 하기 위한 코스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생활할 동선을 대강 정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공간에서 망가진 루틴을 부지런히 회복시킬 생각입니다. 희망이나 꿈 같이 시간을 기약하는 말들을 제 삶의 제자리에 돌려두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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