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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완 Jul 03. 2022

에필로그. 퇴사 후엔 전화하지 마세요

회사는 정말 어딜 가든 똑같네

“재완아, 너 이직한 데선 뭐하니?”

“아, 포스터 만들고, 예고편 만들고, 광고 부킹하고...”

“뭐야, AE랑 똑같은 일 하네?”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 오랜만에 연락을 받은  광고대행사 선배가  말이었다. 막상 말하고 보니 그랬다. 포스터 만드는  지면광고, 예고편 만드는  영상 광고, 그렇게 만든 소재들을 어디에 얼마나 틀지 광고 부킹하고. 제품이 컨텐츠가 되었을  결국 하는 일은 똑같았다. 굉장히 다른 업계로 이직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니.   아는  이것 뿐이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이렇게 모든 글 내내 회사와  욕을 했지만  일을 좋아해서 그런 건지 여전히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심지어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영화 투자 배급사도 그만두고 새로운 회사에서 또 똑같은 일을 하며 다니는 중이다. 사실 중간에 다른 분야로 살짝 도망도 가봤지만 역시 그 길은 내 길이 아니었고 오히려 최단기간 퇴사 에피소드만 추가했다. ‘어차피 회사는 다 똑같다, 그럼 좀 익숙한 일이나 다시 하자’ 라는 마음으로 또 퇴사를 하고 이직을 했다.



아마  글을 어주신 분들도 렇지 않을까? 매일 매일 새롭고 짜릿하게 별로인 회사이지만, 그래서 매일 퇴사 결심을 하지만,  데도 똑같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이미 알고 있다. 그저 나는 소박하게 퇴근 후엔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거나, 또라이가 없거나,  4일을 하거나, 매해 인센티브가 최고를 갱신하며 나온다거나, 몇년 다니면 한두달 안식 휴가를 주는 그런 회사를 바랄 뿐인데   하나라도 충족하는 회사를 찾기가 너무 힘들다. 그러니 결국 우리는 포기하고 친구와 회사 욕을 같이 하며  한잔에 맛있는 안주 하나 먹으면서 ‘그래,  이만한 회사가 없지.’ 라고 세뇌하며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내일의 출근을 준비한다.



 글들이 그런 당신에게 잠깐의 친구, 잠깐의 안주라도 되길 바라면서 썼다. 누군가에겐 공감하고, 누군가에게는 황당하지만 재밌는 일로 읽히기를 바라며.  역시도 다른 사람들의 어이없는 회사생활을 들으며 공감하기도 하고, ‘우리 회사가 이런 면에선 낫네하며 안도하기도 했으니까. 부족한 글이지만 맥주 한잔과 읽기 좋은 맛깔난 안주가 되기를 바라고, 읽어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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