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정말 어딜 가든 똑같네
“재완아, 너 이직한 데선 뭐하니?”
“아, 포스터 만들고, 예고편 만들고, 광고 부킹하고...”
“뭐야, AE랑 똑같은 일 하네?”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한 후, 오랜만에 연락을 받은 전 광고대행사 선배가 한 말이었다. 막상 말하고 보니 그랬다. 포스터 만드는 건 지면광고, 예고편 만드는 건 영상 광고, 그렇게 만든 소재들을 어디에 얼마나 틀지 광고 부킹하고. 제품이 컨텐츠가 되었을 뿐 결국 하는 일은 똑같았다. 굉장히 다른 업계로 이직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니. 할 줄 아는 게 이것 뿐이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이렇게 모든 글 내내 회사와 일 욕을 했지만 이 일을 좋아해서 그런 건지 여전히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심지어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영화 투자 배급사도 그만두고 새로운 회사에서 또 똑같은 일을 하며 다니는 중이다. 사실 중간에 다른 분야로 살짝 도망도 가봤지만 역시 그 길은 내 길이 아니었고 오히려 최단기간 퇴사 에피소드만 추가했다. ‘어차피 회사는 다 똑같다, 그럼 좀 익숙한 일이나 다시 하자’ 라는 마음으로 또 퇴사를 하고 이직을 했다.
아마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도 그렇지 않을까? 매일 매일 새롭고 짜릿하게 별로인 회사이지만, 그래서 매일 퇴사 결심을 하지만, 딴 데도 똑같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이미 알고 있다. 그저 나는 소박하게 퇴근 후엔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거나, 또라이가 없거나, 주 4일을 하거나, 매해 인센티브가 최고를 갱신하며 나온다거나, 몇년 다니면 한두달 안식 휴가를 주는 그런 회사를 바랄 뿐인데 이 중 하나라도 충족하는 회사를 찾기가 너무 힘들다. 그러니 결국 우리는 포기하고 친구와 회사 욕을 같이 하며 술 한잔에 맛있는 안주 하나 먹으면서 ‘그래, 또 이만한 회사가 없지.’ 라고 세뇌하며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내일의 출근을 준비한다.
이 글들이 그런 당신에게 잠깐의 친구, 잠깐의 안주라도 되길 바라면서 썼다. 누군가에겐 공감하고, 누군가에게는 황당하지만 재밌는 일로 읽히기를 바라며. 나 역시도 다른 사람들의 어이없는 회사생활을 들으며 공감하기도 하고, ‘우리 회사가 이런 면에선 낫네’하며 안도하기도 했으니까. 부족한 글이지만 맥주 한잔과 읽기 좋은 맛깔난 안주가 되기를 바라고, 읽어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