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완 Aug 12. 2022

에세이라니_차카게 살자, 가 나를 옭매여올 때

착하게 대하는 것이 인간관계의 답일까?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 나는 그 말을 정말 자주하는데, 그 이유는 내가 ‘길에서 우연히 사람을 잘 마주치는 사람’ 이기 때문이다. 길을 걷다가, 지하철을 타러 가다가 결코 거기에서 볼 일 없는 사람들을 우연히 만나는 일이 허다하다.



작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제주도에 놀러갔을 때이다. 혼자서 하도리 수국길을 두시간 정도 걷고 더는 못걷겠다 싶어서 버스를 탔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부여잡고 버스 맨 앞좌석에 털썩 앉고 한숨 돌리고 있을 때였다. 핸드폰 진동이 울려 보니, 카톡이 하나 와있었다.


‘재완, 혹시 지금 제주야?’


몇 년 전 제주에서 여행할 때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던 친구였다. 당시에는 정말 친했는데, 서울로 오고나서는 연락이 뜸해지고 연락을 안한지도 몇 년이 되었는데 뜬금없이 카톡이 와있었던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 봤나, 하고 반가워서 바로 나도 답장을 보냈다. ‘응! 나 제주야! 오랜만이네! ’


“재완아, 나 여기.”


그리고 답장을 보내자마자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나와 같은 버스, 바로 내 뒤에 앉아있었던 것이다. 어머나, 깜짝이야! 나는 짧게 비명을 지르고 바로 그녀의 옆자리로 옮겼다. 그리고 몇 년 만에 어떻게 제주 버스에서 만나냐며 서로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이 정도의 일은 나에게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하다하다 여기서까지 만나는군, 이라고 감탄한 건 베네치아 였다. 혼자 베네치아 여행을 하다, 몇 년 전 내가 가입했던 동호회의 대표를 만났을 때는 정말 귀신을 본 줄 알았다. 그 역시도 동호회가 끝난 이후에는 몇 년간 연락은 커녕 안부도 모르던 사이였는데, 이역만리 베네치아에서 마주칠 줄이야. 서로 신기해하며 인증사진을 찍고는 바로 헤어졌다.



이런 우연들이 친구들과 겹치는 건 재밌기라도 한데, 종종 회사와 겹칠 때도 있는 게 나의 문제이다. 친구들과 놀러가기로 해서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고, 카트에 담아온 것을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 넣고 있는데 그 뒤에 줄서서 기다리는 차가 팀장님의 차였던 적도 있다. 하필이면 그 시간에 그 장소에서 장을 봐서 주차장에서 마주쳤을까. 짐을 다 옮겨싣고 차에 타자마자 ‘친구들이랑 놀러가나보네, 재밌게 놀다와~ ‘라는 팀장님의 메시지를 발견하고 정말 소름이 돋았다. 회사 근처가 아닌 길을 가다가 횡단보도를 지나가는데 그 앞에 대기하고 있는 차가 팀장님의 차였던 적은? 몇번인지 셀 수도 없다.



식당에서 옆테이블에 아는 사람이 앉아있어서 화들짝 놀란 적도 역시 한두번이 아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아, 정말 진짜 착하게 살아야지.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마주칠지 모르는구나. 그래서 모든 인간 관계에서도 예의 바른 사람으로 남으려 노력하는데, 이게 가끔 나를 갉아먹는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친구가 되고자 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모든 인간관계를 '적을 만들지 않는' 수준으로 대한다. 친해지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예의바른 사람, 으로는 남을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대하고, 어떤 인연도 어떻게든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마음에 들지 않아도 피하면 피했지 싸우지 않으려 노력한다. 물론 회사에서는 간혹 싸우는 사람이 생기지만, 계속 일하고 부딪히는 사람이라면 정말 싫더라도 어떻게든 풀어보는 편이다. 우연히 밤길에 그 싫은 사람과 만나 뒤통수라도 맞을까봐.


"사람을 대할  약간 
일하듯이 대하는 느낌이에요.
영업용 미소를 장착한 느낌?"



몇년  게스트하우스를 갔을    사장님이 나를 보며  말이다. 누구를 만나도 일단 예의바르게'' 대하는  모습이 이렇게 보이는구나, 해서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습관이 쉽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말이 오랫동안 남아서 새로운 사람을 대할  마다  태도가 지금 어떠한가,  매번 돌아보고 있다. 착하게 살자,  무조건 웃으며 예의바르게 대해야한다와 동일한 말은 아닌데. 진심으로 대하면 되는 건데, 오늘도  그저 가면같은 미소만 장착하고 있는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본다.





** 이 글은 출판사 마저에서 진행하는 <에세이라니> 글 모임에 참석하여 쓴 글입니다.

<에세이라니> 글 모임은 일주일에 한 번 모여서 그 때 그 때 다른 주제를 나누고,

각자 글을 쓰는 모임으로, 이 모임에서 다같이 쓴 글은 추후 출간 예정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에세이라니_벌과 장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