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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완 Aug 31. 2022

면접은 기싸움이다

면접관도 나를 평가하지만, 나도 회사를 평가하는 것이 면접이다.

얼마  같은  사람이 그만뒀다. 충원을 위해 경력직 이력서를 받았고, 차석으로서 팀장과 함께 면접에 들어갔다.  역시 이직한지 1년이 되지 않아 면접준비를 했던 순간이 생생해서 면접자들의 긴장한 얼굴을 보는데 조금 짠했다.



하지만 지나친 긴장은 독이다. 면접자에서 면접관이 되니 그게 더 명확히 보였다. 초반 긴장한 상태가 보이는 것은 귀엽지만 긴장이 계속되면 면접관은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무슨 말을 하겠다는 건지, 말이 오락가락 하는 면접자를 보면 답답하고, 너무 긴장해서 외운대로만 대답하는 면접자는 사람을 파악하기가 힘들다.




그들을 보다보니 십몇년 전, 내가 처음 취직 준비를 할 때 당시 인사팀이던 형부가 해준 조언이 떠올랐다.


처제, 면접은 기싸움이야. 절대 기 눌리면 안돼.
그리고 기 죽을 필요도 없어.
면접관들도 나를 심사하지만 나도 이 회사를 심사하는거야.
이 회사가 내가 들어갈만한 회사인지, 아닌지.


무작정 회사가 나를 뽑아주기만을 기다리며 수십, 수백개의 이력서를 넣던 나에게 형부의 조언은 꽤 충격적이었다. 그렇구나, 회사만 나를 평가하는 게 아니다. 면접을 통해 나도 회사를 평가한다.



그 말을 들은 이후 나는 마인드가 조금 바뀌었다. 비록 이력서가 워낙 많이 떨어져서 면접 기회가 많지는 않았지만 면접을 볼 때 지나치게 긴장해서 말을 더듬는다거나, 외운 것 이상의 질문에서 당황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기싸움에서 실제로 이긴 적도 있었다.



그 날은 내 인생에서 첫 '최종 면접'이었다. 회장님이 가운데에 앉아있었고, 주변으로 몇명이 더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나는 '홍보'와 '마케팅'도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렁이 였는데, 첫 멘트부터 들통났다. 내가 지원했던 건 홍보팀이었는데, 지원동기로 준비해 온 내용들은 다 마케팅에 관련된 것이었다. 내 지원동기를 듣던 회장님은 몇가지 질문을 나에게 더 하더니, 중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가 지금 말하는 건 홍보가 아니라 마케팅이네. 잘못 지원했어."


사실 그때까지도 나는 내가 뭘 잘못 말했는지 몰랐다. 나는 홍보와 마케팅도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렁이였으니까. 순간 당황했고 도대체 어떻게 대답해야할까 잠시 잠깐 고민했지만 그 어떤 변명도 통할 것 같지 않았다. 어차피 나는 모르는 게 당연한 신입사원 아닌가, 나는 회장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건 홍보가 아니라 마케팅이 맞습니다. "

"그럼 이 면접은 필요없게 됐네. 홍보팀으로서 본 면접이니까."


회장님의 말을 듣는 순간 확신했다. 아, 떨어졌다. 이 면접이 필요없어졌다는 말이 나온 순간부터, 더이상 질문도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하고 인사를 하려던 찰나 회장님의 입에서 한마디가 더 나왔다.


"내일 마케팅 팀장이랑 면접 다시 봐."


놀랍게도 나에게 한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 것이다. 감사의 인사와 함께 얼떨떨하게 나온 후 나는 정말로 다음날 마케팅 팀장과 1:1로 면접을 보았다. 이례적인 면접 상황에 그는 작정이라도 하고 나온 듯 한시간 동안 수많은 압박 질문을 쏟아냈고 너무 질문이 휘몰아쳐서 무슨 대답을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전날 밤새가며 면접준비를 했던 보람은 있었는지 나는 최종 합격했다. 다른 데도 합격해서 그 회사에 입사하지는 않았지만 ...




영어 면접에 시달렸던 때도 있었다. 그 면접은 면접관도 4명, 면접자도 4명이 들어간 면접이었고, 영어 질문이 무조건 한개 이상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던 면접이었다. 난 영어를 정말 못하는데, 꾸역꾸역 몇가지는 준비를 해갔고, 다행히 영어 질문이 나오지 않은 채 면접은 순항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이 되어 부사장님이 마무리 말을 했다.


"왜 나를 뽑아야하는지를 영어로 대답해보세요. 이걸 마지막 질문으로 하고 마무리하지"


망했다. 내가 준비한 것들은 대다수 업무에 관련된 것이었다. 앞 사람들이 하는 내용을 들으며 준비했던 문장들을 억지로 조합해보고 있었지만 제대로 된 문장인지 아닌지도 감이 안왔다. 그 사이 외국에서 살다 온 사람, 영어통번역 학과를 나온 사람이 대답을 마쳤고 내 차례가 되었다. 어차피 망한 거,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대답했다.


저는 영어를 잘 못합니다.
영어로 제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솔직하게 한국어로 말씀드리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해서,
죄송하지만 한국어로 대답하겠습니다.



당시 내가 봤던 면접은 광고대행사였고, 조금의 건방짐과 똘기가 수용되던 곳이라 가능했던 대답이었다. 그리고 나는 최종합격 했지만 이런 말과 태도가 무조건 모든 기업에서 통할리는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는 분명 부족함이 있었지만 기죽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해야 할 말을 똑바로 했고, 그로 인해 면접관과의 기싸움에서 지지 않았다. '그들이 일방적으로 나를 뽑는 사람이다' 라고 생각했다면 나는 '내가 부족하고 몰랐다'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 기가 죽은 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의 내가 면접관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결국 그것은 '태도'이다. 이 사람이 회사에 들어와서 자신이 잘 못하는 일을 만났을 때, 혹은 일을 잘못 처리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 물론 위 사례들은 다 '신입으로서 지원했을 때' 경험들이다. 경력직으로 면접을 보면서 홍보와 마케팅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잘못을 인정하고 당당하게 말해도 떨어질 것이다. 경력직 면접은 내가 얼마나 내 일에 자신감있는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하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신입사원 공채들이 하나둘 눈에 띈다. 내가 다니는 회사도 신입사원 공채를 뽑고 내가 있는 팀에도 충원 예정이다.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면접을 준비하면서 너무 주눅들지 않고, 기싸움에서 지지 않았으면 한다.


면접은 면접자도, 면접관도 서로 평가하는 자리라는 걸
잊지말고 당당하게 임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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