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청망청 내인생 11. 오늘도 마신다

그동안 마신 술이 1톤은 되지 않을까?

by 재완

처음 <흥청망청 내 인생>을 쓰겠다고 마음 먹은 건 술에 진탕 취한 다음 날이었다. 깨질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부어라 마셔라 한 어제의 나를 후회하며,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습득력이 없을까 하고 자책했다. 매번 술을 먹고 후회하고 부끄러워하는 내가 싫었다. 이런 내 모습을 차라리 기록하고, 남들에게 다 떠벌리면 부끄러워서라도 이제 그런 일이 좀 줄어들까 싶어서 글을 쓰기로 했다. 그래, 내 인생의 치욕을 다 까발리자.


그런데 막상 글을 쓰다보니 기억이 안났다. 분명 술에 취해 고꾸라지고 부끄럽게 내 토사물들을 치우던 기억이 한가득인데, 글로 쓰자니 기억이 안났다. 십수년간 뭐 많이 마신 거 같긴한데, 택시에서 몇번 토할 뻔 해서 그냥 그 자리에서 내린 적도 있긴 한데, 울며 불며 욕을 했던 때도 있고, 걱정하는 전화 수십통을 끊고 혼자 집에서 뻗어 잠들어버린 적도 많은데 딱히 글로 쓸만하지는 않다. 두통에 깨질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깼는데 옆에 비둘기라도 구구구 거렸다, 라고 해야 글이 될 것 같은데. 술 먹은 다음날 알콜을 해독하느라 누워있기만 해서 날아가버린 내 하루처럼 기억도 사라져버린건지.


결국 내 인생의 치욕을 별로 까발리지는 못했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술을 찾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글이 되었다. 어린 치기와 겉 멋에 빠져 술을 마시던 내가 수많은 두통과 숙취를 거쳐 진짜 '좋아하는, 맛있는 술'을 찾게 된 이야기, 찾고 있는 이야기.


치욕도 다 잊어버리는 기억력이다 보니, 앞으로글을 쓸만한 치욕의 에피소드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술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나올 것 같다. 분명 그동안 1톤 이상의 술은 마신 것 같은데, 미드(Mead)라는 새로운 술을 만나기도 하고, 30년산 위스키를 맛보면서 나의 술 인생은 계속 확장되고 있다. 앞으로 몇톤을 더 마셔야 세상의 모든 술을 다 마시게 될까. 그리고 몇개의 글을 더 쓸 수 있게 될까.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오늘도 한잔 하며 내 간을 단련시켜 놓는 게 필요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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