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우정, 그 진한 희망의 이야기.
“형, 곧 온다니까!” 메신저 너머에서 전해지는 목소리가 들뜬 걸 보니, 또 그 얘기다. 테슬라 주식이 오른다는 이야기. 오군은 늘 이렇게 주식 시장의 소식을 전한다. 때로는 확신에 차 있고, 때로는 살짝 불안해하지만, 결국 그 결론은 하나다. “이제 곧 오른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깨를 으쓱한다. “그래? 그럼 이번엔 얼마나 오를 것 같아?”라는 말로 가볍게 맞장구를 치지만, 속으로는 웃음이 난다. 그는 몇 달 전에도 비슷한 얘기를 했고, 몇 년 전에도 그랬다. 그때도 “곧 온다”는 확신 속에서 우리는 함께 설렜고, 때로는 실망했다. 그렇다고 그의 말이 틀린 적만 있었던 건 아니다. 시장은 늘 그의 예측처럼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그가 말한 것들이 결국엔 오르기도 했다. 문제는 그 ‘곧’이라는 말이 참 길다는 거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어가는 것만큼이나 긴 '곧'이었다.
나는 문득 주식만이 아니라 삶도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마음. 곧 올 거라고 믿는 기대. 그것이 설렘을 주는 동시에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기도 한다. 주식이 오를 것 같다는 그의 말에 귀 기울이는 건, 어쩌면 나도 그 설렘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형, 이번엔 진짜야. 잘 봐봐.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어.”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들떠 있다. 나는 창밖을 보며 가만히 생각한다. 정말로 오를지, 지금이 아니면 영영 놓치는 건지.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순간, 그의 열정은 이미 나를 설레게 했다. 그가 말한 주식이 오를지 내릴지, 이제는 중요하지 않다. '이제 곧 온다'라고 외치는 그의 목소리가 내 일상에 한 줄기 활기를 더했으니까.
문득 주식창을 열어 보았다. 아뿔싸. 창밖의 파란 하늘처럼 넓고 깊은 음봉의 골짜기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래도 괜찮아 형, 지금이 제일 쌀 때니까!"
나는 다시 창밖을 바라본다. 하늘은 여전히 파랗고, 깊다. 음봉도 지나가고, 우리의 기다림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다. 결국 '곧 온다'는 말은 그가 세상에 건네는 희망의 주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도 그 희망에 한 발자국 정도 함께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테슬라 1,000 달러를 기원하며, 오군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