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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마음

어랏, 내가 사자마자 신제품 소식이?

by 행복을 그리다

어떤 물건을 사기로 결정하는 순간, 나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다음 날, 예상치 못한 신제품이 등장하면 마음이 흔들린다. ‘조금만 더 기다릴걸.’ ‘이걸 샀어도 되는 걸까?’ 처음에는 확신했던 선택이 흐려지고, 만족감은 빛이 바랜다. 마치 바람이 지나간 자리처럼.


나는 이런 패턴을 반복해 왔다. 더 나은 것을 기다리느라 망설이고, 또다시 새로운 것이 나올까 불안해하며, 결국 소비의 타이밍을 놓친다. 컴퓨터를 새로 사야겠다고 생각한 지도 4~5년이 흘렀다. 그동안 몇 번이고 불편을 감수했지만, ‘조금만 더 기다리면 더 좋은 게 나올 거야’라는 생각이 나를 붙잡아 두었다. 그러나 정작 사고 나니, 그 기다림이 무의미했음을 깨달았다. 더 빠르게 결정했다면, 불편함 없이 더 오랜 시간 만족했을 테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맥북 프로를 구입하고, 작업을 위해 TS4 독을 정가를 주고 샀다. 그리고 약 일주일 동안 그 편리함에 충분히 만족했다. 그런데 올해 안에 TS5가 출시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내 마음은 또다시 흔들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기다릴걸.’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내 안의 집착과 비교가 만든 감정이었다.


불교에서는 집착을 내려놓으라고 한다. ‘더 나은 것’을 끊임없이 좇는 마음은 끝이 없다. 오늘 내가 최선이라 믿은 선택도, 내일이면 흐려질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다시 고민하고, 다시 불만족할 것이다. 하지만 그 흐름 속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금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것. 내 선택을 신뢰하는 것. 그리고 변화는 당연한 것이며, 지금 이 순간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내 손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는 내게 묻는다. ‘지금 이 순간 부족한 것이 있는가?’ 아니다. TS4는 충분히 나의 필요를 충족하고 있고, 하루하루 나의 생산성을 높여주고 있다. 신제품이 나오든 말든, 그것은 내 선택의 가치를 바꾸지 않는다. 나는 이미 최선의 선택을 했고, 그것을 누리고 있다. 더 이상 기다릴 것도, 후회할 것도 없다.


다음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반응하고 싶다. 더 좋아 보이는 것들이 찾아와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 선택한 순간에 집중하며, 지금 내 앞에 놓인 것을 온전히 누리는 삶. 더 이상 미래의 기대에 현재를 희생하지 않기로 한다. 나는 지금 이 순간,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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