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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Q CQ CQ 여기는 HL0~

혹시 '동감'을 아시나요?

by 우아옹

팀원들과 점심식사 후 커피를 하나씩 들고 우리만의 힐링 스팟에 모여 수다삼매경에 빠지곤 한다.

복직하고 쓰나미처럼 몰려오던 업무를 버티고 있는 건 팀원들 덕분이다.

그래서 이들과 함께하는 30분 수다는 그대로 힐링이 되곤 한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가 나의 연애이야기가 주제가 되었다.

10년 연애하고 결혼 15년 차라는 이야기에 90년대생 후배들은 살아있는 문화재를 보듯 나를 보았다.

어떻게 만났냐는 물음에 아련한 25년 기억이 떠올랐다.


"너네 혹시 '동감'알아?"

"......"




혹시 아마추어 무선국(HAM)을 아시나요?


학교 때 동아리로 HAM 활동을 했다.

이동아리가 무엇 인고하면 무전기로 통신을 하는 거다.

누구랑 하겠다는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주파수를 맞혀서 CQ CQ~ 하면서 수신을 보내 전국 또는 다른 나라에 사는 누군가와 교신을 하는 거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와 30분 이상 대화를 하고 교신이 끝나면 엽서를 보내 서로 감사한 마음을 표한다.

스무 살 나는 이런 아날로그적이고 감성이 뿜뿜한 무전기에 푹 빠졌었다.


무전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마추어무선 자격증을 취득해야 무전기를 손에 잡을 수 있다.

동아리의 규칙은 국내교신 100개를 듣고, 해외교신 50개를 들어야 시험을 볼 자격이 줬다.

그래서 1학년때 공강시간에 선배들 교신을 들으러 동방에서 살다시피 했다.

처음 무전기를 잡고 'CQ CQ HL0~"할 때의 떨림이 기억난다.

경아연이라고 서울경기권 대학교의 연합모임도 있어서 교신을 하고 경아연에서 만나는 재미도 쏠쏠했다.


2학년이 되고 난 집행부 활동을 했고 남편은 신입생으로 들어와 1학년 기장을 맡았다.

같이 활동하면서 친해지게 된 인연으로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




2000년 유지태, 김하늘 주연의 [동감]이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우리 동아리는 시사회에 초대되어 연예인을 본다는 설렘에 서울극장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그때 하지원 배우는 신인으로 처음 봤는데 어찌나 웃는 모습도 예쁘고 친절하던지 홀딱 반했었다.

영화 내용은 슬펐지만 유지태와 김하늘이 연기는 참 애틋하고 사랑스러웠다.


글을 쓰면서 초록창에 '동감'을 검색하니 2022년 개봉한 여진구 주연의 [동감] 영화가 검색되었다.

2022년도에 사는 주인공이 1999년도의 주인공과 교신하는 내용이라니.

어느덧 시간이 훌쩍 20년이 흘렀구나.

알 수 없는 아쉬움이 몰려온다.

잠이나 자자.


통신 끝!


사진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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