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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옹 Nov 11. 2023

삼남매가 몰래 전하는 건

빼빼로가 아닌 마음입니다

일주일 내내 제로인 컨디션.

불금은커녕 아파서 2시간 조퇴를 하고 집에 왔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놀다 온다는 말에 내심 기뻤다.

아무도 없이 1시간이라도 침대와 한 몸이 되고 싶었다.

문을 여는 순간

"엄마!" 하며 반가운 목소리로 큰아들이 뛰어나왔다.

수다쟁이 둥이들이 아닌 큰아들이라 괜찮다.

보자마자

"엄마 아파서 일찍 왔구나"하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침대로 기어 들어가 있는데 이럴 때 보통은 혼자 책을 보던 아이가 쫓아 들어왔다.

"엄마, 빼빼로데이라서 학교 끝나고 친구랑 사 먹었는데~"

오랜만에 일찍 들어온 엄마와 단둘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주절이주절이 이야기하는 큰아들이다.

"근데~ 엄마 빼빼로는?"

"...... 헤~" 웃음으로 무마하는 사춘기 끝난  큰아들이 귀엽다.


잠깐 잠든 사이에 학원 가기 싫다고 꾸물거리던 큰아들이 학원을 갔다.

그사이 시끌시끌 소리가 나는 거 보니 둥이들이 도착한 모양이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뭐?

동영상시청

아이들에게 꿈같은 동영상 30분 시청권을 주니 금세 조용해졌다.

꿈같던 단잠 30분을 자고 나니 큰아들이 돌아왔다.

오자마자 "엄마"하면서 내민 건 빼빼로.

"우와~ 고마워~"하는 소리에 둥이들이 달려왔다.

"이거 형아가 선물해 줬다!"

엎드려 절 받았지만 있는 힘껏 기뻐하고 자랑했다.

잠깐 생각에 잠기는 듯한 둥이들

"나도 있지! 기다려봐" 막둥이가 급하게 주방에 가더니 과자창고에 있던 구운 감자 하나를 가져와 당당하게 내밀었다.

"이거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막대기"

'엄마가 구운 감자 킬러니깐 참는다'

"고맙다 막둥아~"

한발 놓친 딸내미는 급하게 빼빼로를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과자창고에 있던 구운 감자에 누텔라를 덕지덕지 발라 냉동고에 넣으면서 내일 주겠다는 딸내미

"고맙다 딸아"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빼빼로데이라고 깜짝 빼빼로일 필요 없다.

빼빼로데이라고 꼭 빼빼로일 필요도 없다.


각양각색의 빼빼로지만 삼 남매 예쁜 마음은 똑같다는 걸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동에서 친한 직원이 사송으로 보내온 빼빼로를 보면서도 오늘이 빼빼로데이인 줄도 모르고 있었다.


고맙다 삼 남매.

살어리 살어리랏다. 삼 남매와 살어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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