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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husband 신뢰

원고료가 입금되었습니다

by 우아옹


몇 달 전

20편의 글을 끄적일 당시

나의 전담 에디터에게 약조를 받았다.

100편을 쓰면 원고료를 주겠다는.

(아마도 못쓸 거라고 생각했을 듯)


지난 주말 100번째 발행 버튼을 눌렀다.

어깨에 잔뜩 힘을 주며 당당하게 신랑을 바라봤다.


현금 100만 원을 받을 것인지,

원하는 선물을 이야기할 것인지

선택지를 주신 에디터님의 말씀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외쳤다.

"내 전용 탭!"


글 좀 쓰려니 집에서 아이들과 공용으로 쓰는 노트북이 번거롭다.

매번 핸드폰으로 쓰다 보니 이제 좀 '내 꺼'가 생겼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다.




좀 있어 보이게

카페에 앉아

좀 있어 보이게

내전용 탭을 꺼내

좀 있어 보이게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들기는 모습

좀 있어 보인다.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나의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설렌다.


'나는 욕심이 없다' 생각했다.

돈도, 옷도, 먹는 것도, 하는 것도.

그냥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 내가

이렇게 '있어 보이는 걸 좋아하다니'라는 생각에 헛웃음이 난다.


카페에 앉아 노트북에 키보드를 두들기며 자기만의 세상에 빠진 사람들을 볼 때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다지 부럽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지금 카페에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웃음 짓고 있다.


자꾸 나에게 욕심이 생긴다.

점점 욕심꾸러기가 되어가고 있다.

글쓰기가 가져다준 매직이라고 예쁘게 꾸며본다.


좀 있어 보이게 선물해 준 신랑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나의 에디터님!


내꺼! (근데 이거 왜 옆으로 누워있나요? 에디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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