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질과 환경, 둘 중 무엇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냐는 질문을 받았다. 질문자는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엄마였다. 그녀는 얼마 전 아이를 논술학원에 보내기 위해 담당 선생님을 만난 자리에서 아이가 전에 다니던 학교는 환경적으로 안좋은 3요소(장애인 시설, 모자원, 고아원)를 갖춘 학군이라 아이에게 해가 됐을 거라며 잘 떠났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내게 다시 물었다. 아이가 자라는 데 환경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것 같냐고. 그 얘기에 다른 엄마들(아이를 혼자 키우는)도 부당하게 겪은 일들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모두가 확연히 차별이라 여길만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꺼내놓은 게 하나일 뿐 그들의 삶에는 무수한 낙인들이 놓여져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기질과 환경 둘 다 무시할 수 없으며 몇 대 몇처럼 분명히 나누기 어려운 일임을 그들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다만 물음의 형식을 빌려 내뱉고 싶었을 것이다. 혐오발언과 폭력적 시선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이들에 대한 슬픔과 분노를.
아이가 저지른 잘못 혹은 미숙해서 보이는 행동들을 온전히 가정 탓으로 돌리는 것은 환경에 대한 지나치게 협소한 정의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에게서 접하는 언어들은 이미 아이가 학교라는 사회를 만난 후에는 가정의 영향을 넘어서 버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장시간 함께 하는 양육자의 태도를 무시할 순 없지만, 무시할 수 없는 것과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자식의 잘못을 모두 가정문제로 바라보는 것은 사회의 역할을 축소하고 공동체적 관점으로 접근하여 문제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막게 된다. 또한 그러면 그럴수록 그들은 소위 사회가 말하는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의 무게에서 더더욱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그게 왜 중요한가. 그런 기준들이 어떻게 사람을 판단하는 올바른 근거가 되는가. '쟤는 아빠가 없어서 저래'와 '아빠가 없는데도 잘 컸어'는 사실 같은 말 아닌가. 엄마들이 말하는 건 하나였다. 그냥 우리 애 자체로만 봐 달라고.
가족의 어떠한 형태도 특수 케이스가 되지 않는, 바꿀 수 없는 외적 조건으로 인간을 범주화시키지 않고 개개인으로 설 수 있게 봐주는 것. 기질이든 환경이든 인간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그것들을 대하는 타인의 시선이니까. 교육이 어딜 향해 가야 하는지 깊이깊이 느꼈던 이야기들이었다.
2019. 0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