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짝처럼 붙어다니던 두 아이 사이가 며칠 전부터 소원해 보였다. 나만의 느낌인가 싶어 조용히 지켜봤는데 전 같으면 꼭 같이 했을 팀과제도 따로, 황금같은 쉬는 시간/점심 시간에도 늘 따로길래 한 아이(A)를 불러다 물어봤다. "둘이 싸웠니?" 아이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현재 말 한 마디 안하는 중이라 했고, 내가 개입해야 할 문제일지 물었더니 다른 친구들과 해결 가능할 것 같다길래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 다른 아이(B)가 방과 후 상담을 요청했다. 관계가 서먹해져 너무 힘들다고, 다시 잘 지내고 싶은데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둘의 갈등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런데 A는 B보다 관계개선에 소극적인 아이였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데 두려움이 있어 오해를 풀고 싶으면서도 결국 용기를 내지 못했다. 반면 B는 무척 어른스러운 구석도 있고 솔직하며 추진력도 강한 편이라 이런 때에도 용기있게 나선 것이었다.
내가 무척 아끼고 좋아하는 둘이 내 앞에서 속상해하며 울고 있으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고 얘기를 건네고 싶었는데 성급한 눈물샛기가 이미 한껏 차올라 어쩔 도리없이 뚝뚝 떨어졌고 결국 우리 셋은 아무 말 없이 한참을 훌쩍훌쩍했다.
관계는 때론 참 고단하다. 흘러가는 대로 두자 싶다가도 그렇게 두었다가는 후회할 수 있으니까, 최선의 진심을 내어놓자 싶어 무리를 하게 될 때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너에게 좋은 사람이고픈 마음은 너무도 당연한 거니까. 그치만 그렇게 좋아하고 아끼는 너라 내게 더 큰 상처가 오기도, 종종 무너졌다 다시 일어서는 시간을 반복하기도 한다.
아이들이든 어른이든 관계를 위한 노력과 마음은 어렵고 힘들다. 그럼에도 지켜나갈 가치가 있는 관계라면 진심을 전하는 노력을 멈추지 말라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 덩그러니 놓아두지 말라고 얘기했다. 나도 잘 안 된다고, 어렸을 때도 그게 그렇게 안돼 힘들었는데 어른이 돼서도 그런다고, 이런 어려운 일을 용기있게 해내는 너희가 대단하다는 말과 함께.
좋아하는 마음이 클수록 불안하고 두렵다. 언젠가는 펑- 사라지고 말까봐. 아이들에겐 지금의 세상이 전부일텐데 그 세상의 중심인 친구를 잃게되는 건 생각만 해도 버거운 일이다. 그런 삶에서 의연하게 중심을 지키며 살아가는 게 과연 말이나 될까. 어른이 된 지금도 겨우겨우 해낼 때가 많은데 말이야. 어른도 답이 없는 일이 이렇게나 많아서 미안했다. 그래서 그냥 오랫동안 꼭 안아줬다. 둘이 손잡고 사이좋게 가라는 1학년식 화해 솔루션을 건네며.
2018.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