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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경 Oct 07. 2019

용기의 일상2

옛 사람들이 걸어온 산책길_독일-하이델베르크

   

산책과 독서를 즐기다 보니 나도 사상가들이 걸었던 길을 가보게 되었다. 유럽에 미술행사가 많았던 2007년 아트투어를 했다. 많은 미술관과 다양한 전시를 보는 즐거움에 더하여 인문학 산책도 하게 되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를 비롯한 헤겔, 하이데거, 칸트 등 당대의 유명한 철학자들이 사색을 즐겼던 철학자의 길이 있는 하이델베르크를 방문한 나는 감회가 남달랐다. 옛사람들의 책을 읽고 있는 와중에 그들이 걸었던 길을 걷다보니 그들을 만나고 있는 느낌이랄까?      

    

                                        네카강에 있는 다리 중 가장 오래된 '칼테오도르 다리(옛다리)'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인 중세풍의 하이델베르크는 뮤지컬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의 무대이기도 하다. 하이델베르크의 네카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중 구교로 불리는 ‘카를 데오도르 다리’는 가장 아름답고 오래된 다리로 독일의 명물 중 하나다. 칸트가 산책 중에 항상 점심때가 되면 이 다리를 건넜다고 한다. 그래서 칸트의 모습이 보이면 마을 사람들이 시계를 맞췄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구름 속에 싸여 보일 듯 말듯 신비로워 보이는 하이델베르크 고성


구름 속에 싸여 보일 듯 말듯 신비로워 보이는 하이델베르크 고성이 더욱 나의 오감을 자극하여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했다. 그리고 독일연방공화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600년 이상 된 역사를 갖고 있는 루프레히트-카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가 있어서 마음이 더욱 설레었다. 1386년 팔츠 선제후였던 루프레히트 1세에 의해서 설립된 이후 몇 백 년에 걸쳐 4개의 학부(신학, 법학, 의학, 철학)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동문과 교수출신 중에는 학문 분야에 있어 선구적인 발견을 한 사람이 여럿 있다. 저명한 철학자, 시인, 법조인, 신학자, 자연 및 사회 과학자가 있다고 한다.  에리히 프롬 (Erich Pinchas Fromm 1900~1980), 막스 베버(Max Weber 1864 ~ 1920)...등도 하이델베르크를 나왔다고 한다. 나는 시간을 넘어서는 모든 것들에 대해 경외감을 느낀다. 그래서 예술을 하고, 고전 독서를 하는 것 같다.  



하이델베르크하면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학생감옥이다. 독일의 대학은 1712~1914년까지 치외법권 지역이었다고 한다. 공권력이 아닌 학교의 독립적인 권한으로 음주..등으로 인한 경범죄를 처벌한 것이다. 학생이 경범죄에 걸리면 '넌 감옥행이야~!' 이런 것이다.     



그런데 들어가 보니 감옥이라기보다 대학가 근처 주점 같은 낭만적인 분위기였다. 벽에는 온통 낙서와 그림들로 가득했다. 무서운 감옥이 아니라 일부러 한 번씩 들어가서 추억거리를 만들었을 것 같았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이건 청년 시기는 참 빛나는 시기이면서 질풍노도의 시기인 것 같다. 생물학적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성을 담당하는 뇌가 22-24세나 되어서야 성숙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을 살아야 성숙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로부터 정신적, 물질적 독립이 되어야 한다. 24세가 된다고 그냥 성숙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 성숙의 과정이 쉽지 않은데 쉽고 편한 것을 좋아하는 인간의 심리 때문에 우리가 성숙하기 힘든 것 같다. 그래도 인간의 나약함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가 배우게 되는 것 아닐까? 

    

아기자기한 골목들 사이로 하이델베르크 가면 많이 사오는 목각 인형들 가게가 있고, 거리마다 볼거리가 가득하다. 시간이 흘러도 마음속에 하이델베르크의 잔상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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