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속사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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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들이닥친 건 밤 11시 45분이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고솊의 가게 앞에 당도했다. 소리 없이 빠른 움직임이었다. 경찰 다섯이 차에서 내렸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경찰은 각각 자신의 무장을 점검했다. 둘이 앞에, 셋이 뒤에, 대형을 갖춰 고솊의 가게 문 앞에 집결했다. 제일 앞에 경찰이 손가락 셋을 펴보였다. 나머지는 고개를 모두 끄덕였다. 셋을 센 뒤 들어가자는 무언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손가락 셋이 둘로, 하나로 접히고 손가락이 모두 사라진 순간 동시에 고솊의 가게 문이 박차고 들어갔다. 문이 화들짝 열리고 경찰들이 우르르 가게로 들어섰다.
"딸랑, 딸랑."
현관 출입문에 달라놓은 귀여운 종이 먼저 손님을 맞이했다.
"띵동, 띵동."
배달 기사 상훈이 주문을 확인한 건 밤 11시 35분이었다. 낮 2시부터 9시간 넘게 비를 맞으며 배달해 지친 상태였다. 상훈은 마지막으로 한 건만 더 하고 들어가자며 잠시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 앉아 캔 커피를 마시던 중이었다. 시원한 캔 커피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시원함이 더위를 밀어냈다. 잠시 피곤도 달아났다.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시려 목을 쭉 빼던 그때 기다리던 마지막 주문 하나가 도착했다.
오늘은 돈벌이가 괜찮은 날이었다. 비 덕분에 배달비가 평소보다 작게는 20퍼센트 많게는 2배까지 높아져 일할 맛이 났다. 늘어난 수입만큼 뿌듯함도 늘었다. 요 며칠 배달 건수가 줄어 편안히 잠을 잘 수 없었는데 오늘은 꿀잠을 잘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마지막 배달을 어서 끝내고 찬물로 샤워하고 달콤한 잠을 자야지 하며 주문 수락 버튼을 눌렀다. 배달 주문 주소를 확인하던 상훈의 눈이 커졌다. 그곳에 이상한 단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소 끝에 '살려 주세요.'라는 문구가 마치 상훈에게 살려 달라 외치는 듯 보였다.
며칠 전 뉴스가 떠올랐다. 모텔에서 폭력을 당하던 한 여성이 112 콜센터에 전화한 사건이었다. 콜센터에 전화한 여성은 자장면을 주문을 했다.
'여기 XX모텔 몇 호인 데요, 자장면 2개와 탕수육 하나 빨리 좀 갖다 주세요.'
콜센터에서 전활 받은 경찰은 순간 사건임을 직감으로 알아차렸고 발 빠르게 대처했다. 덕분에 큰 사고 없이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배달 화면에 '살려 주세요.'란 단어를 본 순간 상훈의 직감도 작동했다. 상상력이 풀가동을 시작했다. 긴장은 온몸의 털을 곤두세웠다. 스마트폰을 잡은 오른손이 벌벌 떨렸다. 상훈은 떨리는 손으로 화면을 캡처한 뒤 112 다이얼을 눌렀다.
"112 콜센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 배달하는 직원인데요. 배달 주문 주소에 '살려 주세요'라는 단어가 떠서요."
경찰 다섯의 난데없는 방문에 고솊의 작은 눈이 세 배쯤 커졌다. 기다리던 배달 기사는 안 오고 예상치 못한 경찰의 방문에 순간 고솊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반가운 웃음은 사라지고 두려움이 찾아왔다.
"그게요. 사실 제가 그러려는 게 아니었는데요, 글쎄 배달 수락을 안 누르고 음식을 다 완성했는데, 정말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닌데, 손님한테 악평 안 받으려고 살짝 꼼수를 부린다는 게 그만. 주소 옆에 살려 주세요를 적었어요. 정말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고요. 이렇게 적어 놓으면 어느 마음 착한 배달 기사님이 알아차리고 빨리 와주실 거라고 기대해서 그렇게 했어요. 정말로 절대로 그럴 뜻은 전혀 없었어요. 믿어 주세요."
사건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고솊이 진땀을 뺐다. 가게 분위기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전화가 울어댔다. 수화기를 들자 배달 콜센터로 추정되는 혹은 주문자로 추정되는 추궁이 쏟아졌다.
"띠리 리리~. 배달 어떻게 된 건가요? 주문 들어온 지가 언젠데, 출발했나요?"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정말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요. 진짜 이렇게 될 줄 모르고 그만. 급한 마음에.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는 다시는 이런 일 만들지 않겠습니다."
7월의 마지막 밤, 무더위에 잠시 더위를 먹은 생각이 만들어낸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