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와 블로그 글을 모으면서 발견한 사실 하나
브런치와 블로그에 쓴 글을 한글 파일에 옮기는 작업을 해보았다. 투고하기 위해서다. 브런치에서 반응이 조금이라도 있었던 것, 블로그에서 좋아요 수가 10개 이상인 것들만 추려서 한글 파일에 모았다. 이 작업을 하며 발견한 사실이 하나 있다. 글의 분량이 A4 한 장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신의 글이 책이 되려면 A4 한 장 이상이 필요하다. 책 쓰기를 권하는 책과 수업에서 보고 안 사실이다. 소주제 하나당 최소 분량이 2,500자에서 3,000자가 돼야 한다. 한글 파일에 모으는 작업으로 여태 내가 쓴 글은 A4 한 장을 겨우 채울 수 있는 양이었다. 책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1년 전부터 작성한 브런치는 블로그에 비해 좀 나은 편이다. 10년 전부터 써온 블로그 어떤 글은 A4 반장 분량도 되지 않았다. 글의 주인이 글이 아닌 사진이었다. 글 대신 사진을 넣으면서 오늘도 글 한 편을 써냈다며 혼자 착각에 빠져 좋아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글보단 사진이 편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한글 파일에 글 쓰기는 사뭇 다르다. 한글은 시작부터 온통 빈 페이지다. 인간의 본능이란 게 빈 여백을 보면 채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만약 당신이 책을 출간하길 원한다면 블로그 글쓰기보다 한글 파일에 직접 글쓰기를 권하고 싶다.
블로그에 먼저 쓰고 나중에 한글 파일로 옮기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블로그에 먼저 올리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본 후 원고를 모으는 게 더 낫겠지, 블로그에 올린 후 한글에 원고를 모은 다음 퇴고할 수 있으니 더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예전에 나도 해봤다. 모두 아니었다. 전부 핑계였다.
옮기는 작업을 하면서 알았다. 좀 더 쉽게 접근해 보자는 잔머리가 만들어낸 거짓이었음을 말이다. 블로그에 올린다고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을 확률이 있을 것 같은가? 아니다. 출판사와 약속한 마감 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한글에 하나의 주제로 글을 써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쓰면서 어쩔 수 없이 앞에 쓴 원고들을 계속 읽을 수밖에 없다.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밖에 없다. 그것도 몇 번씩 말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계속 생겨난다. 전체 원고에서 빠진 이야기가 없을까 어떤 부분이 부족할까 생각하게 되니까.
한글에 써보면 처음부터 하나의 파일에 원고를 모을 수 있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복사 붙여 넣기를 하는 단계를 생략할 수 있다. 또한 빈 여백을 계속 마주하며 아이디어란 것들이 점점 더 생겨남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진에 의존하던 습관을 바꿀 수 있다. 사진 대신 글로써 상황을 묘사하며 글쓰기 체력도 늘고 분량도 늘어나게 된다.
새로운 시도가 처음부터 잘 될 리 없다. 아마 처음 한글 파일에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글쓰기 체력이 고작 이것밖에 되지 않냐며 좌절할지도 모른다. 여태 내가 쓴 글이 몇 글자 밖에 안 되냐며 당황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경험이 중요하다. 현재의 내 실력과 위치를 정확히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니까.
한글 파일에 글을 써야 글이 는다. 분량도 깊이도 관점도 모두 그렇다. 모든 변화가 그렇다. 처음엔 낯설고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그러니 당신이 만약 책을 쓰고자 한다면 블로그에 쓰기보다 한글에 써보면 좋겠다. 저자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나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