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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Apr 17. 2023

살사 공연이 내게 가르쳐 준 것

틀리더라도 어쩔 수 없어. 다음 동작을 계속 이어가야 해

<스케치북과 함께 커온 아이유의 성장기 BEST 3>라는 영상을 보면 지금의 가수 아이유가 되기까지 실수한 장면 세 가지가 나온다. 아이유는 <첫 이별 그날 밤>이란 노래 중 '사랑했던 너의 말을 믿을 게~' 소절을 부르다 음이탈이 일어난다. 삑사리가 난 것이다. 삑사리 난 뒤 아이유는 웃으면 '죄송합니다.'라고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관객들은 되려 사과하는 아이유에게 '야유'가 아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아이유는 평생 이 날을 기억에서 절대 지울 수가 없다 말한다. 아이유는 성대 구조상 삑사리가 잘 나지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자신조차 그날 삑사리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라 한다. 한데 이날 삑사리는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이유는 <첫 이별 그날 밤> 노래를 부르기 전 가수 비의 안무를 선보였다. 노래 전에 격한 안무로 체력이 저하 됐기에 성대에도 영향을 받은 것이다.


가수들은 한 번의 무대를 위해 셀 수 없을 정도로 연습을 반복한다. 반복이 답임을 그들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수없이 연습해도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무대가 생길 수 있다는 걸 그들은 잘 안다. 준비하고 리허설하고 연습해도 어떤 무대에서는 삑사리가 난다.  


내게도 비슷한 실수가 있었다. 사실 한 두 번이 아니다. 무대에서 실수는 고등학교 때부터 가장 최근까지도 계속 이어졌다. 아래 글의 실수담을 참고하자.   


https://brunch.co.kr/@katarsys/74 


친구의 축가를 실수했으면 다시 축가를 안 부르는 게 맞을 텐데, 난 지금도 축가 의뢰가 들어오면 수락한다. 마음과 말이 정반대로 튀어나온다. 내가 봐도 참 신기하다.


공연은 변수가 많다. 라이브(Live)이기 때문이다. 공연을 하다가 틀려도 어쩔 도리가 없다. '죄송하다고' 다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되감기가 불가능하다. 수백 번 수천번을 연습해도 틀릴 수 있는 게 공연이다.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틀리더라도 무대가 끝날 때까지 자신이 연습한 걸 끝까지 보여줘야 한다.


살사 공연은 내게 가르쳐주었다. '삑사리 나도 다음 동작을 이어가라'라고. 삶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삑사리가 생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데 그걸 지우려고 시간 낭비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삑사리를 지우려고 애쓰기보다 더 좋은 것으로 채우려고 노력해 보는 건 어떨까? 성공한 이들은 실수를 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실수를 많이 해봐서 변수를 줄여나간 이들이다. 자신의 실수를 밑거름 삼아 다시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준비하고 대비하고 연습해야 한다. 그렇게 준비한 무대에 서본 이들은 혹 틀리더라도 (물론 안 틀리면 좋겠지만) 후회하지 않고 내려올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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