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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May 10. 2024

숨 참지 말고 숨을 쉬세요.

그러다 닿으면 어떻게요.

“숨 참지 말고 숨을 편하게 쉬세요. 긴장하지 말고 잘 따라 해요.”


처음 시작한 바차타 수업이 끝난 후 여자 선생님과 살사바에서 홀딩했을 때 내가 자주 듣던 이야기다. 선생님은 숨을 참지 말고 일상생활처럼 숨을 편하게 쉬라고 했다. 일상생활에서의 숨은 편히 쉴 수 있지만 바차타를 추며 숨을 편히 쉰다는 건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선생님의 얼굴과 나의 얼굴과의 거리가 불과 10cm도 떨어지지 않은 그런 상황이라면 (클로즈 포지션) 더더욱 어렵다. 눈을 봤을 때, 편해 보였던 동작도 선생님 코앞에서 재현하려니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다. 10cm는 조금만 숨을 쉬어도 상대방이 전부 감지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으니 이런 상황에서 어느 누가 숨을 편히 쉴 수 있단 말인가. 어느 누가 긴장을 안 한단 말인가. 남자라면 누구나 온몸이 통나무처럼 뻣뻣해지는 그런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바로 숨을 참는 것이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10cm 거리도 만족스럽지 못한 듯 이렇게 얘기한다.


"오류님 더 붙으세요. 더요 더."

'그러다 닿기라도 하면 어떻게요.' 내 마음속에서 이런 말들이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찰나. 

"붙을수록 더 편해요."


이제 선생님과 거리는 불과 5cm. 진짜 동작 하나, 아니 고개를 살짝 돌리거나 옆으로 기울이기만 해도 닿을 수 있는 거리. 잘못했다간 닿을 수밖에 없는 거리라니. '닿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과 기대감은 더욱 숨을 쉴 수 없게 만들었다. 


"숨 쉬세요, 숨."


선생님의 지적이 또 이어진다. 5cm 거리에서 선생님의 말은 마치 동굴에서 말하는 것처럼 웅웅 울리며 들렸다. 


처음 바차타 홀딩을 했을 때 내 모습이다. 지금은 뭐, 5년 차가 되었으니 낯가림도 없이 어느 누구와도 가깝게 홀딩이 가능했는데 돌아보니 나도 그럴 때가 있었나 싶다. 삶이 그렇듯 춤도 정답이 없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해야 해서 좋다. 중요한 건 내 스타일을 찾아가는 것이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느 땐 박자보단 남자의 리드가 반박자 빨라야 하고, 어느 땐 여자의 움직임에 박자를 늘려야 하고, 카운트를 버려야 할 때도 있고 당겨야 할 때도 있는. 그때의 상황에 따라, 구사하고자 하는 패턴에 따라, 상대방의 연차에 따라, 체형에 따라, 스타일에 따라 각기 다르게 변해야 하는 춤. 상대를 먼저 배려해야 하는 춤.  


바차타는 상대방과 함께 추는 춤이기 때문이다. 바차타는 힘들고 어려워 보이지만, 때론 너무 쉬워 보이지만, 의외로 과학적이고 명쾌해서, 또 미묘하고 섬세해서. 


그래서 알면 알수록 매혹적이다. 


** 클로즈 포지션(상대방과 마주 보고 선 상황에서 양손은 여자의 견갑골에 위치시키는 홀딩 동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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