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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May 17. 2024

화려한 패턴에 현혹되지 마소

중요한 건 베이직, 베이직, 베이직

"저는 여러분들이 화려한 패턴에 현혹되기보다 기본 베이직만으로 춤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2023년 바차타(bachata) 챔피언 허그 쌤이 오픈 강습에서 해준 말이다. 춤에서 기본은 스텝, 즉 베이직이다. 그런데 사람들을 가르쳐보니 자꾸 패턴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까운 마음에 한 말이라 생각한다. 허그쌤은 스페인 현지에서 3개월짜리 베이직 수업만 무려 6번을 들으신 분의 이야기가 오늘따라 가슴에 콕 박혔다.


나 또한 그랬다. 어서 함께 추는 파트너 바체타라(바차타를 추는 여성)에게 나 이 정도로 화려한 패턴도 구사할 줄 알어라며 '인정'받고 싶었고, 춤을 구경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그러나 돌고 돌고 돌아온다는 그 '베이직'이란 단어를 바차타를 춘 지 5년이 지난 후에 또다시 듣게 되다니.


오픈 강습이 끝난 후 소셜에서 사람들의 춤을 관찰하다가 입에 썩소를 머금은 바차테라를 보게 되었다. 표정에서는 이런 말을 하는 듯했다. '이 사람 뭐야. 도대체 텐션이 하나도 없고, 리드도 이상하고, 심지어 베이직도 밟지 않네.' 그도 그럴 것이 바차테로(바차타를 추는 남성)는 파트너를 아예 바라보지 않고 시선이 약 90도 정도 틀어져 있었다. 눈은 45도 정도 위를 쳐다보면서 (아마 다음 패턴을 궁리 중일 테지.) 파트너를 바라보지 않고 베이직도 제대로 밟지 않으니 어깨는 열리고 파트너와의 커넥션과 텐션도 무너졌겠지. 바차테라는 알 수 없는 썩소를 띄면서 어서 이 곡이 끝나길 기다리는 듯 보였다.


순간 나를 돌아봤다. 나 또한 다음 패턴을 뭐 하지 하면서 상대방을 보지 않고 춤을 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오로지 내 머릿속은 '다음 패턴, 다음 패턴, 다음 패턴 뭐 하지'에만 정신이 팔려 아는 것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 지난날이 많았단 걸 남들의 추는 춤을 지켜보며 알아차렸다.  


허그 쌤의 춤은 달랐다. 지그시 상대방을 바라보는 눈, 입가에 은은하게 장착한 미소, 상대가 리드에 잘 따라오는지 눈으로 관찰했고, 귀로 음악을 들으면서 최대한 한 몸이 되듯 추고, 상대방이 불편한 정도의 과한 동작이 아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추는 그의 무브는 바라보는 것 자체로 마음속에 존경심이 일었다.


방금 한 곡을 추고 의자에 앉는 그의 옆으로 조용히 다가가 옆에 앉았다. 허그쌤의 오른팔 쪽에 살짝 나의 왼팔이 붙였다. 허그쌤의 에너지를 전달받고 싶은 마음에서.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쌤 이제부터 매일 베이직 연습할게요. 최소 3번은요. 그리고 다음 오픈 강습 때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게요.'라고.


따라가고 싶은 멘토가 있고, 그 사람이 갔던 길이 있고, 그 사람의 수업을 듣고 있다. 나도 꾸준히 한다면 언젠가 저런 무브를 선보일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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