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류 Jun 07. 2024

만약 당신의 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면

실수와 쪽팔림은 자기 아픔을 드러내는 일

'내 인생을 글로 쓰면 책 세 권 분량은 될 거야.'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종종 봅니다. 혹시 당신도?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오늘의 글감. 


만약 당신의 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면, 그 영화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영화의 장르도 함께 알려주세요.



제 인생의 영화 장르는 시트콤, 영화 제목은 '루저'입니다. 생각 없이 행동했던 지난날을 돌아보니 매번 실수하고 수정하고 또 실수하고를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좋았던 기억보다는 안 좋았던 기억이 더 많은 지난날을 살았기에 '루저'라고 제목을 지어봤습니다. 마흔 중반이 훌쩍 넘은 지금도, 아니 바로 어제도 실수를 많이 했단 걸, 오늘 아침에서야 깨닫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실수를 조금 덜하길 바라며 살고 있습니다.


얼마나 실수를 많이 했냐 하면, 머릿속에 기억나는 인상 깊은 실수담만 50개가 넘습니다. 그래서 인생 실수담을 브런치 연재글로 엮어본 적이 있어요. <나는 매일 틀린다>라는 브런치 매거진을 만들어서요. 쓰면서 놀랐습니다. 까면 깔수록, 파면 팔수록 무슨 실수를 이리도 많이 했을까요. 연애담을 비롯, 출근 첫날 해외 바이어의 전화를 무작정 끊어 버린 것, 고등학교 중창단에서 노래를 망친 것, 결혼식 축가 가사를 잊어버린 것, 살사 공연에서 안무를 홀라당 까먹은 것 등등. 


그런데 신기한 건 쓰면서 재밌었다는 겁니다. 쓰면서 혼자 큭큭 웃기도 많이 했습니다. 감추고 싶은 실수를 글로 옮기는 과정이 재밌단 걸 그때 발견했습니다. 예전에 감추고 싶은 기억이었는데 드러내고 나니 내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홀가분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쪽팔림은 잠시지만 그 당시엔 고통이 나를, 내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단 걸 알아차렸습니다. 당시엔 얼굴을 들 수 없을 만큼 쪽팔렸던 사건도 그것에 관해 이야기했더니 쪽팔림이 즐거움으로 변하는 경험을 글을 써보니 알겠더라고요. 


그 후로 저의 필명을 '오류'라고 지었습니다. 매번 성찰하는 마음으로 살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실수와 쪽팔림은 자기 아픔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하지만 나에게 일어난 일은 시차를 두고 반드시 누군가에게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 아픔을 드러내는 일은 누군가에게 내 품을 미리 내어 주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내 인생을 글로 쓰면 책 세 권 분량은 될 거야.'라고 말만 하셨나요? 오늘, 아니 지금 바로 위의 질문에 답을 써봅시다. 만약 당신의 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면, 그 영황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장르는요?

 


이전 12화 5월의 매력 글쓰기를 마치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