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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May 21. 2024

하루의 끝에 글을 쓰지 마라

남는 시간에 글을 쓰지 말고, 하루의 첫 시간에 글을 써야 하는 이유

나는 나의 시간을 갖고 있는가? 하루 동안에 나에 대한 생각을 하고 내 몸을 온전히 느끼는 시간을 갖고 있는가? 오늘 하루 나의 생각대로 살아가고 있는가? 연초에 새해를 맞아 야심 차게 세웠던 계획, 그때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대로 오늘을 살았는가? 사실 연초에 어떤 계획과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희미해져 있는 상태이다. 그때의 글을 찾아보면 나의 생각들을 만날 수 있을까? 만약 그런 기록이 있다면 오늘 하루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보는 시간을 갖고 있는가? 연초는 너무 옛날이다. 이번달 달력이 바뀌면서 다짐했던 일들을 나는 지금 잘 진행하고 있을까? 오늘은 문득 이런 생각들이 나를 죄책감의 늪으로 빠져들게 한다. 

올해 초 했던 다짐 중에 책 읽기와 글쓰기가 있었다. 그중에 글쓰기는 매일 운동의 습관과 같이 나의 습관에 한 부분이 되어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이 글쓰기 아직 나의 습관에 들어오질 않고 있다.

글을 쓰는 일 = 당연히 해야 하는 일, 빼먹으면 하루가 시작되지 않고 또는 하루의 마감을 하지 못하는 그런 것이 되어야 하는데 좀처럼 나의 일부가 되는데 거리감이 있는 것 같다. 

4월과 달리 5월은 꾸준히 글을 쓰고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공감하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2일 남은 글쓰기를 수료라는 미션만이라도 완수하자는 심정으로 오늘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간에 책상에 앉아 자판을 두들기고 있다. 

나는 아직 나의 시간을 갖고 있지 않다. 하루 종일 정신없이 지내다가 자발적이기보다는 마지못해 외부의 압박으로 글쓰기를 하고 있다. 언제쯤 나의 온전한 시간을 마련해서 글쓰기를 할까? 급한 마음으로 정신없이 쓰는 글 말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며 편안하게 글쓰기로 하루를 마감할 습관을 갖게 될까? 

그런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한 글자씩, 두서없이 글을 써본다.


글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면 평소 글쓰기 숙제를 잘해오던 학인이 갑자기 어떤 늪(자책, 후회, 자기혐오등)에 빠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위의 글처럼요. 위의 글은 온라인 글쓰기 프로그램 참가자가 밤 11시 30분에 쓴 글입니다. 


바쁜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다가 비로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떠올라서 책상에 앉았는데, 이미 몸은 지칠 대로 지쳐있는 상태니 글이 제대로 써질 리가 없고 결국 결론은 자책으로 끝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저도 경험해 봐서 압니다. 


일을 끝내고 차분하게 반성한다. 하루를 마치고 그 하루를 돌아보며 반성하다 보면, 자기 자신과 타인의 잘못을 깨닫고 결국에는 우울해지고 만다. 자신의 한심함에 분노를 느끼고 타인에 대한 원망이 생기기도 한다. 그것은 대개 불쾌하고 어두운 결과로 치닫는다. 이렇게 되는 까닭은 당신이 지쳐있기 때문이다. 피로에 젖어 지쳐 있을 때 냉정히 반성하기란 결코 불가능하기에 그 반성은 필연적으로 우울이라는 덫에 걸려들 수밖에 없다. 지쳤을 때에는 반성하는 것도, 뒤돌아보는 것도, 일기를 쓰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활기차게 활동하거나 무엇인가에 흠뻑 빠져 힘을 쏟고 있을 때, 즐기고 있을 때에는 어느 누구도 반성하거나 되돌아보지 않는다. 그렇기에 스스로가 한심하게 여겨지고 사람에 대한 증오심이 느껴질 때에는 자신이 지쳐 있다는 신호라 여기고 그저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 그것이 스스로를 위한 최선의 배려다.  
-아침놀 중에서 (니체)-


철학자 니체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피로에 지쳐 있을 때 냉정히 반성하기란 결코 불가능하기에 그 반성은 필연적으로 우울이라는 덫에 걸려들 수밖에 없다'고. 


왠지 뜨끔하시나요? 결론은 뭐다? 하루의 끝에 해야 할 일은 '반성'이 아니라 지친 몸을 편히 쉬게 해주는 '휴식'이라는 것. 피곤할 때 필요한 건 '반성'이 아니라 충분한 '휴식'입니다. 


전날의 반성은 아침에
오늘의 계획도 아침에
글쓰기 습관도 아침에


충분한 휴식을 한 후 에너지가 풀로 충전되었을 때 전날의 반성도 하고, 오늘의 계획도 세우고, 글도 써보세요. 남는 시간이 아닌 하루의 첫 시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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