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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May 19. 2024

나 자신에게 점수를 준다면 몇 점 주시겠어요?

심채경 천문학자의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

오늘의 글감 : 나 자신에게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주시겠어요? (10점 만점 기준) 왜 그 점수를 주셨나요? 무엇이 부족하다 생각하셨나요? 만족하는 부분은 어떤 부분이었나요?


나 자신에게 점수를 준다면 과연 몇 점을 줄 수 있을까요? 혹시 6점이나 7점 정도? 대체로 만족은 하지만 어딘가 부족한 면이 있으니 만점까진 아니고 그래도 절반보다는 살짝 위인 다소 애매한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점수를 매긴다고 하니 부족한 점이 먼저 눈에 띄네요. 


얼마 전 <알쓸인잡>에서 우연히 영상을 시청한 뒤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2019년 <네이처>에서 뽑은 차세대 과학자 심채경 천문학자가 출연한 영상이었는데요, 심채경 천문학자는 위의 질문에 단호하게 이렇게 대답합니다. 


"나라는 심사위원에게 나의 점수는 10점 만점에 10점이요."라고요.


남이 평가하는 나는 5점이나 7점이나 실격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내가 심사위원이 되어 나를 평가할 때는 10점 만점에 10점이라고요. 매번 실수하는 것도 나고, 그것을 훌훌 털고 일어나는 것도 나고, 가끔 잘하는 것도 나고, 아주 가끔 성공하는 것도 나이기에 이 모든 것들 또한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이죠. 항상 예쁘고 잘난 모습만 사랑하는 것이 아닌, 못나고 실수하는 모습도 사랑하는 것이죠. 그녀가 스스로 10점을 줄 수 있었던 비결은 '자신의 부족한 점까지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행성을 예로 듭니다. 행성은 무게중심이 자기 안에 있을수록 안정적인 행성이고 다른 별과의 관계에 따라 중심이 달라질 때 섭동이 일어나게 된다고 합니다. 섭동(Perturbation:攝動)은 천문학에서 여러 개의 다른 물체로부터 명확한 중력 효과를 겪은 하나의 큰 물체가 보이는 복잡한 움직임을 설명할 때 쓰는 용어로 천체의 궤도에 교란이 미치게 하는 인력을 말합니다. 자연의 행성도 무게중심이 자기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달라질 때 천체 궤도에 교란이 일어난다니 알면 알수록 신비한 자연의 세계입니다.


"나는 나의 별로인 면을 잘 안다. 그리고 그런 나의 모습까지 사랑해야 한다. 그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부족한 면을 받아들이지 않고 나의 예쁜 모습만 사랑하면 무너지기 쉬운 모래성이 될 수 있다."


그녀를 보니 철학자 니체가 떠오릅니다. 니체는 이렇게 말했죠.


"자신의 나약함을 긍정하는 것은 정의를 추종하는 것보다 고귀하다."


같은 맥락에서, 유명한 다음 말도 남깁니다. 


"아모르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


니체는 생전에 우울증, 안질, 편두통, 위통 등 병으로 평생 고통받았으며 사랑에도 실패했고 학계로부터 손가락질당했지만 자신의 삶을 긍정했습니다. 아마 니체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면 그 또한 자신을 10점 만점이라고 답하지 않았을까요? 자신의 부족한 점까지 포용하는 그의 사상은 SNS와 경쟁 등으로 남과의 비교에 지쳐 있는 현대인들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아갈 때만 우리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남의 평가가 아니라 스스로의 평가가 미래의 나를 만들어냅니다. 



좋아하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12화>에는 이런 명대사가 나옵니다. '네가 너 인 것에 다른 사람을 납득시킬 필요는 없어.' 


오늘부터는 나에게 좋은 평가와 좋은 말들만 해주면 좋겠습니다. 나를 스스로 감싸고 위로하고 사랑하는 매직 같은 말은 나에게 해주면 좋겠습니다.


혹시 위 질문에 6점이나 7점을 주셨다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남들의 평가 말고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생각하는 시간이 되셨으면 합니다. 저도 오늘부터 이렇게 대답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10점 만점에 10점인 사람이라고. 나는 나를 절대적으로 사랑한다고. 부족한 나를 있는 그대로 모두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이죠.


https://www.youtube.com/watch?v=78Ukgu9x1Z8&t=303s&ab_channel=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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