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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May 20. 2024

만약 오늘이 여러분의 마지막 날이라면?

죽음이야 말로 인생의 그림자가 아닌 인생의 의미를 알게 해 주는 빛이다.

만약 오늘이 여러분의 마지막 날이라면 어떤 하루를 보내고 싶으신가요? 여러분은 여러분이 죽은 뒤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만약 당신이 죽는다면 어떤 사람이 제일 슬퍼할 것 같으신가요? 


최근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다시 읽었다. 수용소에는 이름도 나이도 인권도 없었다. 두려움, 민망함, 수치심 따위도 없었다. 존재하는 건 오직 번호뿐. 내일이 찾아온다는 보장도 없었다. 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 왼쪽, 삶과 죽음의 갈림길만 존재했다. 왼쪽이 가스실인지 오른쪽이 가스실일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 어제 옆에 있던 사람이 내일에는 사라지고 빵 한 조각에 목숨을 걸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죽음을 생각했다. 

살면서 죽음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이 책 덕분에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만약 내일 죽는다고 가정하고 내게 남은 시간이 24시간뿐이라면 나는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아직 다 끝내지 못한 보고서를 작성할 것인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것인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여행을 떠날 것인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것인가? 


만약 나에게 남은 시간이 24시간뿐이라면 바닷가로 가서 파도소리를 듣고 따사로운 햇살을 느끼며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을 읽고 맛있는 커피 한 잔 하며 이번 생에 행복했던 기억들을 추억하며 눈을 감고 싶다.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유명한 사진작가의 별세 소식을 접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황스러웠다. 정말 자신의 목표를 향해 부단히 노력하고 노력했던 사람이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TV 광고를 찍었다며 자랑하고 곧 스튜디오 오픈을 준비 중이니 놀러 오라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심장마비로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나 버렸다.   


가수 요조도 사랑하던 동생이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 요조는 <2018년 마이크 임팩트 청춘 페스티벌>에 나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제가 정말 가장 충격을 받았던 점은 이십 대에는 버는 돈의 80%, 90%를 저금을 해야 한데요. 그래야 늙어서 편하게 산대요. 저는 늙어서까지 우리가 산다는 보장이 어디 있으며 첫 번째, 두 번째 늙어서 잘 살려고 오늘 먹고 싶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참고 그래요. 하루에 스타벅스 아아를 1잔 줄이면 얼마를 모을 수 있고 그거 다 좋은데요. 누구는 정말 먹고 싶을 수가 있잖아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진짜 미친 듯이 먹고 싶다. 근데 왜 그거를 참아야 하죠?

저금 너무 많이 하지 마세요. 물론 돈을 모으는 건 참 중요한 일이에요. 그래야만 목돈이 모이고 나이 먹어서도 산다고 쳤을 때 그때에도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죠. 사실 우리가 언제 죽을지는 아무도 몰라요. 제가 자꾸 죽음 죽음 얘기해서 죄송한데요.

3년 전에 제 동생이 교통사고로 죽었어요. 그날 아침에 제 운동화를 신고 나가고 “언니, 나 이것 좀 신고 나갈게”라고 했는데.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근데 죽었어요.

그런 일을 겪고 나니까 내가 왜 고생하면서 돈을 모아야 하고 왜 올지 안 올지 확실하지도 않은 미래를 확신하면서 오늘을 고생 고생 살아야 하나. 저는 제 맞다고 생각해요.

여러분 내일은 안 올 수도 있어요. 저는 항상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거든요.

낭만적으로 사는 게 뭐죠? 궁금해하시는 분들에게 저는 이렇게 얘기하고 싶어요. 오늘이 나의 마지막 하루라고 생각하고 사는 삶.


요조는 동생의 죽음을 목격한 뒤 깨달았다. 내일은 안 올 수도 있다는 것을.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a mystery
Today is a gift
That's why it is called 'the present'


죽음에 대해 생각하니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닫게 된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이 어제 죽은 자가 간절히 바라던 내일이다'는 말처럼 내게 주어진 선물 같은 오늘에 감사하고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인간은 결국 언젠가 죽는다.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 죽음이란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면 사는 동안 명성을 얻는데 집착하고 자신이 옳다고 핏대를 세우며 주장하고 남의 성공에 배 아파하며 남을 헐뜯고 비방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성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보냈던 지난 모든 시간들이 덧없고 허무하게 느껴진다. 죽음이야 말로 다른 모든 가치와 결정의 방향을 정해주는 나침반이다. 죽음이야 말로 인생의 그림자가 아닌 인생의 의미를 알게 해 주는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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