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나만의 리듬 찾기다.
강사의 목소리가 울리는 살사 교실. “레프트 턴부터 시작, 시선은 앞에 고정. 바로 원 준비. 바로 사이드 준비. 시선을 스팟에 고정하고. 다시 레프트 라이트. 찍고 오고 인사이드, 투 준비. 쉬지 말고 바로 샤인 갈게요. “
이곳은 살사 수업이 한창인 강습실이다. 눈앞에선 라틴 댄스 중 하나인, 살사 수업이 한창이다. 지금 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앉아있다.
나는 지금 1시간 30분 수업 중 1시간은 앉아서 지켜보는 것이 오늘의 목표다. 나에게 맞는 속도는 30분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오늘 나의 목표는 1시간 30분 수업 동안 1시간을 앉아있는 것이다. 현재 내 몸에 맞는 수업 양과 속도는 30분이란 걸 알았다. 무릎을 다치기 전에는 어떻게든 수업을 따라가려고 애썼지만, 지금은 느긋하게 따라가는 중이다. 한창 살사 수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나는 조용히 그들의 동작을 눈으로 따라가며 복잡한 마음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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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와의 인연은 특별하다. 그 과정에서 나는 책 <<인생은 살사처럼>>을 출간했다. 많은 이들에게 살사를 통해 일상과 삶의 즐거움을 회복하고 나만의 속도를 찾아보라고 의미를 담았다. 책이 출간된 후, 나는 다소 높은 난이도의 공연반에 도전했지만 4번째 트레이닝 수업에서 무릎을 삐끗하며 부상을 당했다. 책에서 강조한 나만의 속도를 잠시 잊어버리게 한 과욕이 덕분에 벌어진 일이었다. 감사하게도, 그 부상은 내 몸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선물해 주었다.
병원을 다니고 운동을 시작하고 무릎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깨달음을 3가지를 얻었다.
1. 한 걸음이 힘들다면 반보도 괜찮다.
수업을 따라잡으려 무리하면 넘어진다는 걸 깨달았다. 한 걸음이 힘들다면 반보라도 내 속도에 맞춰 가면 괜찮다.
2. 모든 수업을 다 따라갈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억지로 따라가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내가 진짜 집중해야 할 건 수업 속도가 아니라 나만의 리듬이었다.
3. 배움보다 더 중요한 건 복습과 체화다.
수업 시간에 배운 동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집에서 혼자 반복하며 복습해 익숙해진 동작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익숙해진 동작들이 나를 춤추게 했다.
살사 수업에서, 그리고 무릎 부상에서 얻은 교훈은 내 삶에도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나는 이제 남들과의 속도 경쟁 대신, 나만의 속도에 맞춰 걷는 법을 배워가고 다시 알아가고 있다. 나는 무릎을 다치고 나서야 비로소 내 몸과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 대화는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