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다시'가 필요한 순간
“다리는 어깨너비로 벌리시고요, 골반은 여시고, 어깨와 견갑골은 뒤로 넘기시고, 턱은 당기시고, 이렇게 시작해 볼게요."
Personal Trainer 선생님이 운동을 시작하기 전 기본자세를 잡아주었다. 친히 손을 가져다 대며 등과 목 방향을 교정해 주었다. 그렇게 잡은 자세는 단 10초도 서 있기 힘들었다. 오른쪽 종아리가 당기고, 등 뒤에는 쥐가 나기 시작했으며, 숨도 가빠졌다. 이게 기본자세라니. 이마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이 자세로 과연 운동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운동 시작도 전에 괜히 등록했다는 후회가 속에서 터져 나왔다. PT 선생님은 10초도 버티지 못하는 나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힘드시죠? 처음엔 몸이 엄청 불편하실 거예요. 하지만 점차 익숙해지실 테니 괜찮습니다. 자, 다시 한번 해볼까요?"
운동 전 읽었던 스탠퍼드 대학교 의과 대학 교수 애나 렘키 박사의 『도파민네이션』이 떠올랐다. 신경과학자들은 도파민의 발견과 더불어, 쾌락과 고통이 뇌의 같은 영역에서 처리되며 대립의 메커니즘을 통해 기능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쾌락과 고통은 저울의 양쪽 끝에 놓인 추처럼 작동한다. 고통을 마주할 때마다 도파민 추가 습관이 되면 점점 더 고통을 피하려 한다. 그러다 보면 뇌 기능이 망가지고, 결국 모든 고통을 회피하려는 삶을 살게 된다. 그래서 무엇보다 고통과 쾌락의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고통을 마주하며 해결하려고 애쓰다 보면 더 큰 만족감과 상위의 도파민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간 고통을 회피하며 편안함과 쾌락만을 추구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사실 고통의 회피는 인간의 본능이지만, 나는 너무 본능에 충실했던 건 아닐까. 순간적 쾌락을 좇으며 몸이 130kg까지 불어난 것도 잊은 채 말이다. 도파민이 내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자, 다시~~~. 자, 다시~!!"
10초 만에 포기하는 나에게 PT 선생님이 가장 많이 해준 말은 바로 '다시'였다. 다시, 다시, 다시. 50분 수업 내내 이 말을 100번은 들은 것 같다. 그러다 반가운 한마디가 귓가에 들렸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아싸~~~~'
그렇게 첫 수업이 끝났다. 약간 어지럽고 몸에 힘이 빠졌으며, 그저 빨리 집에 가서 눕고 싶었다. 배도 고팠다.
"회원님,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다음 PT는 언제로 잡아드릴까요?"
"다음 약속은 제가 문자로 연락드릴게요."
그 한마디 말을 남기고, 내 인생 가장 빠른 속도로 헬스장을 탈출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라는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 내 몸은 '다시'가 필요한 순간인지도 모른다. 익숙하지 않은 자세처럼, 처음엔 불편하지만 조금씩 익숙해질 그날을 위해, 다시.
운동에서 바른 자세가 기본인 것처럼, 독서도 습관 만들기가 기본임을 알려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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