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 대로 살면, 살던 대로 살게 된다
“회원님, 맛있겠죠?”
트레이너가 얄밉게 덤벨 백 스쾃 머신 앞에서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난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트레이너 앞으로 향했다. 속에선 이런 말들이 오고 간다.
‘뭐야, 똘아인가? 맛있는 건 소갈빗살이지. 덤벨이 아니잖아. 맛있다는 표현은 음식 앞에서나 쓰는 거지, 쇠 냄새가 나는 이런 것들에게 쓰는 표현이 아니라고.'
그런데 비슷한 말을 예전에 가수 김종국의 유튜브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그는 벤치 프레스를 하며 이렇게 말한다.
“아우, 좋아. 아우, 맛있어.”
헬스 트레이너와 김종국은 같은 부류의 사람인 게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난 힘든 운동 앞에 서면 항상 이런 생각이 앞선다.
‘와... 엄청 힘들겠는데. 하기 싫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마술같이 온몸에 힘이 빠진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잡았던 덤벨도 다시 내려놓고 싶어진다. 오늘도 그랬다. 한 번이 아니라, 무려 세 번이나.
‘오늘도 역시 무리야.’
마음속 나의 에고가 조용히 속삭인다. 나를 꼬신다. 내려놓으라고. 힘드니까. 그럴 때 갑자기 트레이너가 이런 내 마음에 제동을 건다. 트레이너가 뒤에서 다정하게 말한다.
“회원님, 할 수 있어요.
회원님에게 이건 깃털 같은 무게입니다.
자, 다시 가보시죠.”
그 말을 들으면 또 이런 생각이 든다.
‘ㅇㅇㅅㅂ 20kg가 어떻게 깃털 같냐… 그래도 듣기는 좋네. 근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트레이너는 긍정의 말을, 나는 부정의 말을 주고받는다. 언제나 이기는 건 트레이너 쪽이다. 결국엔, 트레이너의 말대로, 트레이너가 정한 대로 운동을 마친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가끔 ‘선을 넘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 선을 넘게 도와주는 존재. 그게 바로 ‘코치’ 같은 사람들이다. 혼자서는 절대 시도하지 않을 일, 감히 엄두도 못 내는 무게.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안 된다고 단정하지 말자. 누군가 건네는 긍정의 말을 굳이 부정하지도 말자. 가끔은, 그냥 시키는 대로 해보는 것도 괜찮다. 하던 대로가 아닌 시키는 대로. 하던 대로 살다 보면 결국 살던 대로만 살게 되니까.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면 가끔은 누군가의 시선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다. 때로는 그 한 번의 시도가 내가 머물던 선을 넘게 해 주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어주기도 하니까.
사실, 운동은 시간이 없어서 못 하는 게 아니라 그걸 해낼 만큼의 ‘마음’과 ‘의지’를 내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 덤벨을 들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