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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후, 이제 몸이 말을 듣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바뀌는 생각

by 오류 정석헌

'아, 시원하다.'


요즘 운동을 할 때마다 자주 내 안에서 자주 떠오르는 말이다. 등 운동을 할 때, 스쿼트를 할 때, 레그 프레스를 할 때. 근육이 수축했다가 이완하는 순간마다, 몸 깊숙한 곳에서 시원함이 올라온다.


예전엔 상상도 못 했다. 운동을 시작하고 100일쯤 되기 전까지는, 온몸이 돌처럼 굳어 있었다. 스트레칭을 해도 잘 펴지지 않고, 오히려 통증이 먼저 찾아왔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돌 같던 몸이 이제는 말랑한 고무공처럼 느껴진다. 늘리면 늘어난다. 천천히 모양도 바뀌고 있다. 조금씩이긴 하지만, 분명히 변화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


거울에 비친 속 내 모습도 사뭇 달라졌다. (몸무게는 여전히 변화가 없지만)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굽은 등 소유자였는데, 요즘은 어깨와 등이 곧게 서 있는 것 같다. (물론 나의 착시일지 모르나 아무튼 거울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무엇보다 자세가 바로잡히는 그 미세한 변화들이 신기하다.


그리고 하나 더. 몸이 자주 뜨거워진다. 체온이 살짝 오른 듯한 느낌이랄까. 운동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열이 남아 있다. 와이프도 내 손이 전보다 더 따뜻해졌다고 말해줬다.


몸이 달라지니, 생각도 바뀌었다. 100일 전에 운동은 내게 '힘든 일', '귀찮은 일', '하기 싫은 일'이었다면, 이젠 '시원한 일'이 됐다.


운동이 주는 이 시원함, 이제 운동에 조금 중독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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