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기회는 Yes를 좋아한다
제가요? 모임 관리를요? 저 그런 거 한 번도 안 해봤는데요
<<메모 습관의 힘>, <<메모 독서법>>의 저자 신정철 님이 연락을 주셨다. 이번에 온라인으로 메모 독서 과정을 개설하고 싶은데 도와달라고 했다. 속마음은 이랬다. '제가요? 모임 관리를요? 저 그런 거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못해요.' 말은 반대로 했다.
"네, 감사합니다. 한번 해볼게요."
그렇게 2019년 3월 25일 첫 번째 온라인 모임이 시작됐다.
어리바리한 관리자를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어리버리했다. 사람들을 단체 카톡방에 초대하는 것부터 어설펐다. 신청자가 늘어나면서 2명도 초대했다가 3명도 초대했다가, 초대된 분들께 인사도 제대로 건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고 하는 게 맞겠다. 서툴렀고 긴장했고 당황했다. 참가자들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이건 어떻게 하는 걸까요?'라는 질문이 올라오면 식은땀이 났다. 매번 신정철 작가님께 연락해 물었고 답변을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답변을 하기까지의 초초함은 덤으로 따라왔다. 걱정을 동반했다. '어리바리한 나를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난 자격 미달인데 큰일이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네.' 질문은 나를 자책하는 채찍 같이 느껴졌다.
때론 고통이 수반되기도 했으니까.
어리 버리에서 능구렁이로
매번 신 작가님께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답변을 모아야겠다 생각했다. 질문도 모으기로 했다.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과 답을 그렇게 모았다. 모아보니 비교적 단출했다. 사실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답변이었는데 내가 이렇게 초초했었구나가 보였다. 그렇게 모임에 횟수가 점점 늘어갔고 긴장과 초조는 사라졌다. 지금은 능구렁이가 됐다. 가끔 척척 대답하는 나를 보며 생각한다. 많이 컸네라고.
모임 관리자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온라인 모임을 2년 하고 7개월째 지속하면서 모임 관리자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이 생겼다. 3 자기 정도로 말할 수 있다. 첫째,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것. 둘째,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 셋째, 사람은 개인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사람은 모두 달랐다. 온라인을 통해 벌써 1,000명이 넘는 다양한 사람을 만났고 경험했다. 신청서에 전화번호를 잘 못 입력해 다른 사람을 초대했던 경험, 초대된 사람이 '?'를 남기거나 '누구세요?' 혹은 '이 방 무슨 방임?' 등 당황한 카톡을 직접 본 경험, 구글 설문지가 작동 안 한다며 억지 부린 사람 경험, 심지어 밤 11시 59분에 전화받은 경험까지. 다양한 사람 경험은 당황 그 자체였다. 때론 답답했고 갑갑했고 이걸 왜 시작해 이런 걸 경험하나 후회도 했다. 시간은 흘렀고 경험은 쌓였다. 몸으로 익힌 경험 덕분에 당황하는 일은 줄고 위기 상황 대처능력은 향상됐다. 체화한 경험과 책에서 얻은 지혜 덕분이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책 속에 아무리 좋은 문장을 많이 공유해주고 경험을 이야기해줘도 사람들은 보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가끔 사람들이 반응하는 순간이 있는데 그건 모임 관리자가 좋은 글을 올릴 때가 아니라 참가자가 어떤 경험을 이야기할 때다. 가령 예를 들어 '와~ 이제야 알겠네요. 저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라던지 '이 책 진짜 짱이네요.' 라던지 '아침부터 뼈 맞음.'이라는 글을 올릴 때 사람들은 반응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됐다. 그때 알았다. 모임 관리자는 모임이 잘 돌아가게끔만 해주면 된다는 것을. 사람들이 반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단 것을.
사람은 개인의 경험이 중요하다. 관리자는 안중에 없다. 그저 개인에게 좋으면 좋은 모임이 되고 개인에게 안 좋으면 안 좋은 모임이 된다. 관리자가 아무리 참여를 독려해도 참여할 사람은 하고 참여하지 않을 사람은 안 한다는 걸. 개인이 어떤 마음과 태도를 가지고 임하는 지에 따라 모임의 좋고 나쁨이 갈린다는 걸. 이건 관리자가 어찌할 수 없다는 걸 모임 관리를 통해 깨달았다.
뿌듯했던 순간들
나쁜 순간들만 있었던 건 아니다. 때론 감동의 순간들도 많았다. '지금 나에게 딱 필요한 글을 나눠줘서 고맙다'며 갑자기 카카오톡으로 커피 쿠폰을 선물이 오기도 했고 '치킨과 피자 쿠폰' 선물을 받기도 했다. '고맙다'는 인사도 수시로 받는다.
이런 인사와 선물은 보잘것없다 생각한 내겐 정말 과분함으로 다가왔다. 혼자 전율하고 희구하기엔 아까운 책 속 문장을 나눴을 뿐인데 나눔은 선물이 되어 돌아왔다.
온라인 모임 이틀 전에 참가자 후기를 받는다. 기억에 남는 후기가 있었다. '취업을 하게 됐어요'라는 후기다. 내용은 이랬다. 취준생이던 참가자가 여기저기 많은 곳에 지원하며 최종 발표를 남겨두고 있다가 모임에 참가를 했고 책을 읽고 메모하면서 생각이 바뀌어 다른 회사에 지원서를 제출했는데 합격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메모 독서가 취업도 시켜준다며 소중한 후기를 남겨주셨다. 이런 후기는 뿌듯함으로 그치지 않았다. 행복이 목 끝까지 차오르게 했다.
마치며
우리는 삶을 살면서 매번 선택에 기로에 놓인다. 선택할 때는 이것이 옳은 선택인지 나쁜 선택인지 잘 모른다. 시간이 한참 흘러야 알 수 있게 된다. 사람은 자기 자신이 어떤 능력을 가진 지 잘 모른다. 다른 사람이 발견해서 알려주는 데 그걸 잘 듣지 않는다. 내게 이런 행운이 찾아온 건, 이런 기회를 잡은 건 책을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도 사람이고 사람은 살아있는 책이다. 책은 그저 펼치는 것만으로 필요한 것들을 주려고 기다리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사람도 그렇다. 책을 펼치듯 마음을 활짝 펴고 대하면 그 속에 선물을 발견할 수 있다. 관리자지만 사람들에게서 매일 배운다.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을 다른 사람들이 많이 알려준다. 덕분에 매일이 배움에 연속이고 감사의 연속인 것 같다. 혹시 다른 누군가가 당신에게 모임을 제안했다면 당신에게 어떤 능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럴 때 이렇게 해보길 권한다. 마음속에 'No'라는 메시지가 들리면 반대로 해보라고. 'Yes'라고 말해보라고. 기회는 'Yes'를 좋아한다. Yes가 당신을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