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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Jun 17. 2022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거절은 인생의 기본값이다

"선생님, 박요철 작가님 만나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어제 박요철 작가님 만나서 선생님 얘기를 건넸더니 좋다고 하시네요. 언제 한 번 만나자고요. 다음 주에 약속 잡을까요?"

"오류님, 저희 그럼 날짜를 하루만 미루면 안 될까요? 제가 머리라도 하고 만나야 할 것 같아서요."


그렇게 만남이 성사됐다. 팬과 작가의 만남이었다. 진순희 선생님은 박요철 작가님의 오랜 팬이었다. 작가와 작가의 만남이기도 했다. 두 분 모두 책을 여러 권 출간하신 작가님 이기도 했으니까. 


잠원동에 위치한 진순희 선생님 논술 학원에 도착하니 나를 뺀 세 분은 벌써 도착해 있었다. 진순희 선생님, 박요철 작가님, 김성훈 작가님의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나는 진순희 선생님껜 오늘 특별히 머리가 예쁘다는 말을 꺼냈고, 박요철 작가님껜 환한 정장이 너무 잘 어울린다며 평소 하지 않던 칭찬을 건넸다.  


2시간이 5분처럼 지나갔다. 질문과 답변, 웃음 그리고 다시 질문과 답변 웃음. 2시간이 순간 삭제될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다. 진순희 선생님은 오늘 만남을 위해 박요철 작가님의 책을 2번 더 읽으셨다고 했다. 만나면 무엇을 물어볼지 질문 목록까지 준비했다고 하시며 오늘 만남의 설렘을 표현하셨고 박요철 작가님은 이에 연신 감사를 표현하셨다. 박요철 작가님을 통해 평소 접해볼 수 없었던 브랜드 협업 이야기도 들을 수 있던 귀한 시간이었다.  


중앙대에서 함께 글쓰기 수업에 참석했던 김성훈 작가님도 박요철 작가님의 얘기를 아주 주의 깊게 들었다. 그리고 점심을 같이하자 제안하셨다. 박요철 작가님은 중요한 다음 약속이 있어서 안 될 것 같다고 처음엔 거절했지만 결국 점심을 같이 먹게 되었다. 낙지볶음과 함께한 점심 식사 중에도 웃음꽃은 떠나질 않았다. 


나는 들러리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중간에서 간간이 해석을 덧붙이는 일이 고작이었다. 난 겉으로는 대화에 집중하는 척했지만 사실 속마음은 불편했다. 온통 내 머릿속엔 '왜 나는 계약을 못할까? 나는 언제 계약을 할 수 있을까' 란 생각만 되새김질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책을 펼쳤다가 우연히 계약하지 못한 이유를 발견했다. 계약이란 나와 상대 간의 합의점을 찾는 일이다. 이는 둘 다 좋아야 성립이 된다는 말과 같다. 출판사의 입장에서 내가 쓴 기획서와 원고를 다시 살펴봤다. 그리고 발견했다. 내가 쓴 기획서는 나만 좋은 방향으로 작성되어 있었다. 나에게만 매력적인 기획서였기에 출판사에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했던 것이 이유였다. 


브런치에 7번 떨어졌을 때도 이유는 다르지 않았다. 내가 이런 사람인데 나 좀 뽑아줘라는 마음과 글을 담아서 브런치에 지원했던 7번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 셈이었다. 7번 떨어지고 깨달았다. 나눌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썼더니 8번째 합격했다. 깨달음을 얻기까지 1년이 걸렸다.  


글 쓰는 삶을 선택한 이상 거절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여태 책으로 접했던 작가들의 거절 담이 내게 직접 일어나니 작가들이 다시 보였다. 출판사 47곳에서 거절당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던 팀 페리스가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책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조금 더 좁혀졌다.  


만일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할지 정확히 알고 있다면 뭐하러 그걸 하겠는가?" 
 -파블로 피카소-



한동안 스스로 괴로웠던 이유를 발견했다. 세상은 원래 내 뜻대로 안 되는 데 내 뜻대로 돼야 한다 생각했기에 괴로웠던 것이다. 따지고 보니 세상이 내 뜻대로 돼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이걸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생각을 바꿨다. 글 쓰는 이상 거절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다. 거절이 기본값임을 인정하기로 했다. 거절을 즐겨보기로 했다. 거절은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지 모르니까. 그러니 몇 번 거절당하더라도 낙담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것도 안 하면 거절당할 일도 없겠지만 재미도 없을게 분명하니까. 세상은 원래 내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생은 참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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