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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Jun 27. 2022

0.1 퍼센트 확률에 도전 중입니다

포기하거나 진도를 나가거나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삶은 내가 원하는 데로 펼쳐지는 법이 없었다. 학교를 마치고 직장에 취업하고 별 일없이 지내던 어느 날 내 삶에 책 한 권이 불쑥 들어왔다.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내 삶은 궤도를 이탈을 시작했다.


계속해서 책을 만난 덕분에 잘 다니던 직장을 하루아침에 그만뒀다. 그만두더라도 먹고살 길은 있다고 알려준 것도 책이었다. 실패와 좌절을 겪을 때마다 다시 시작하라고 일으켜 세워준 것도 책이었다. 위기의 순간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마다 책은 그렇게 내게 다가왔다. 


어느 날부턴가 갑자기 글을 쓰는 나를 발견했다. 읽기에서 쓰기로 전환이 우연히 시작됐다. 정신 차려보니 뭔가 홀린 듯 쓰고 있는 내가 되었다. 쓰다 보니 잘 쓰고 싶어 졌고 쓰다 보니 어느새 출판사에 투고까지 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예정에 없는 일이었고 계획된 바도 없던 일이었다. 


40곳에 투고했지만 38곳은 아예 답변이 없었고 2곳에선 거절 메일을 받았다. 거절은 의심이 고개 들게 했다. 의심은 걱정을 동반했다. 이대로 하다가 평생 출간의 문턱 근처에도 못 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차츰 커지면 자존감은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혹시 이런 경험이 책으로 나온 건 없을까, 궁금해서 책을 찾았다. 다행히도 정확하게 일치하는 책이 있었다. 그렇게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라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은 3권의 책을 출간한 이경 작가의 에세이다. 첫 책을 내기까지의 과정이 상세히 적혀있다. 현재 내 고민과 같은 지점을 경험한 저자의 이야기는 단 한 글자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읽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첫 책 계약서에 도장을 찍던 순간엔 나도 모르게 기뻤고 떨렸다. 유독 눈길을 끄는 사로잡은 챕터는 <확률 속으로>였다.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확률은 일정한 조건 아래서 어떤 사건이나 사상이 일어날 가능성의 정도, 또는 그런 수치다. 이경 작가와는 달리 난 수포자는 아니었다. 수학에서 가장 좋아했던 파트는 미분과 적분이었다. 문제가 안 풀리면 반나절을 잡고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학 점수가 좋았던 건 아니다. 문제 푸는 그 시간을 그냥 즐겼던 것 같다. 


저자는 나보다 먼저 투고 성공 확률을 알아봤다. 책에는 이렇게 나와 있었다. 누군가는 투고 성공 확률이 1퍼센트라 하고 누군가는 0.1퍼센트라 했다고.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여기에 더해 어느 편집자는 7년간 투고 원고로 받은 원고로 책을 낸 경험은 단 한 번도 없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럴 수가, 읽으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0퍼센트 이거나 0.1퍼센트에 지금 도전을 하는 중이란 말인가. 40전 40패니 0퍼센트고, 투고를 계속한다고 0.1이 되리란 보장이, 확신이 없는 셈이다. 글을 읽으니 투고 생각이 싹 사라졌다. 한편으론 뭔가 다른 루트가 더 있을 것만 같았다. 정상적이지 않은 남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는 비공개 루트가 있을 것만 같았다.


오늘 아침 박요철 작가님께서 아침부터 카톡을 보내주셨다. 카톡에는 장문의 피드백이 적혀있었다. 얼마 전 내가 보낸 원고를 한 출판사에 보내서 받은 피드백이라 하셨다. 포기하려면 핑계가 보이고 하고자 하면 방법이 보인다고 했던가. 박요철 작가님의 연락은 내게 한 줄기 빛처럼 다가왔다.   


계약이 되리란 보장은 없다.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0.1퍼센트라는 확률에 배팅을 계속한다. 비공개 루트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기회는 반드시 생길 거라 믿으니까. 그리고 내게는 도움을 주겠다는 분들이 있으니까. 난 나의 가능성을 믿으니까.


선택사항은 두 가지다. 포기하거나 계속 진도를 나가거나. 난 진도를 나가기로 했다. 난 참 행운아다. 한 주의 시작 월요일, 장마가 시작된 듯 밖은 비가 오지만 내 마음의 날씨는 맑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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