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시작해서 전시 중인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을 드디어 다녀왔다. 오스트리아와의 수교 130주년 기념으로 열리는 전시회라는데 시작 전부터 나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이 어마어마했던 걸로 기억한다.
다녀와보니 특히 세계사, 그중에서도 유럽 역사에 관심 있거나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꼭 가보길 추천한다. 나 역시 전시회가 시작하기 전부터 이건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은 전시회였는데 역사를 좋아하는 아들도 너무 가보고 싶다고 해서 일요일 오전에 서둘러 준비해서 갔다가 현장 예매 줄이 너무 길어서 한차례 포기하고 평일 오전에 재방문을 했다. 줄이 현장 예매와 인터넷 사전 예매로 각자 다른데 입장 인원이 시간대별로 정해져 있어서 현장에서 표를 오전에 구매해도 시간당 입장 인원이 다 차 버리면 오후에나 입장이 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전시회이다.
우리는 일요일 오전 10:15분에 도착했는데 이미 그 시간에도 줄이 꽤 길었다. 그래서 학교에는 하루 체험학습을 신청한 후 평일 아침 일찍 도착해서 기다렸다가 현장 예매에 성공한 후 오픈 첫 타임 10시에 입장을 했다.평일 오전에도 9:30분 이후부터는 줄이 갑자기 길어지므로 10시 입장을 원한다면 9:20분까지는 줄을 서야 안정권에 들 수 있다.
전시장 입구.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더욱 인파가 몰릴것으로 예상된다
합스부르크전은 환경보호 차원에서 종이 리플릿을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입구 쪽에 모바일 리플릿을 사용하도록 QR코드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입장하자마자 입구에 배치되어있는 종이카드가 있는데 리플릿이 없다 보니 사람들이 이거라도 가져가려고 많이 몰려서 입구가 북적북적하다.
체험학습 보고서를 쓰기위해 가져온 종이카드
막시밀리안1세의 초상화
막시밀리안 1세 황제의 초상화로 시작되는 합스부르크전은 동선이 정해져 있지는 않고 자유관람이 가능한 전시이다.
왕족과 귀족들의 갑옷 중 마음에 드는걸 찍어봤다
의장용 사브르
마상시합 때 왕족이나 귀족들이 착용하던 갑옷이 종류별로 전시가 되어있다. 갑옷을 착용하는 법과 갑옷을 입고 난 후의 다양한 움직임을 촬영한 동영상이 실시간으로 재생되고 있는데 아들과 함께 동영상 설명을 봤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의외로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해서 깜짝 놀랐다.
(좌)누금장식 바구니 (우)해시계
(왼) 야자열매로 만든 주전자 (중) 커피잔과 그릇들 (우) 아폴로와 다프네의 이야기가 있는 술잔
왕가에서 전시용으로 만든 각종 그릇과 소품들은 지금까지도 눈부셨고 호화스러웠다. 대부분 순금으로 만들었고 그중 마지막 사진인 술잔은 보석까지 박혀있어 내가 지금까지 본 여느 술잔보다 호화스러웠다.
(좌)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
합스부르크 왕가에서는 예술가에게도 전폭적인 투자와 관심을 보였으며 그 결과 루벤스와 같은 예술가들이 후대에 길이 남을 걸작을 돈 걱정 없이 그릴 수 있었다. 그 덕분에 한국에서 합스부르크전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여러모로 대단한 가문이긴 하다.바로크 미술의 발전이 바로 합스부르크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 없이는 탄생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좌) 펠리페 4세. (우)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
그 유명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초상화
(왼)나폴레옹. (중) 프란츠 2세. (우) 엘리자베트 황후
스테파니 황태자비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의 초상화
개인적으로 테레사 공주의 초상화가 가장 보고 싶은 작품이었는데 이 초상화를 직접 내 눈으로 보게 되었을 때의 감동은 정말 잊을 수가 없었다. 세계사 책에 나왔던 수많은 초상화들 중에서도 제일 인상 깊었고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초상화인데 이 초상화를 실물로 보게 될 줄이야!정녕 사람의 솜씨로 그린 그림이 맞긴 한 건지 사진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고퀄리티이다.(특히 드레스의 무늬와 질감 표현이 대단하다)
합스부르크전의 가장 마지막에 위치하고 있는 전시품인데 바로 고종이 오스트리아와의 수교 기념으로 제작해서 보낸 갑옷이다. 이 전시회가 오스트리아와의 수교 130주년이 되는 해에 열렸으니 대한제국에서 만들어진 이 갑옷은 130년 만에 고국땅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약 2시간에 걸쳐 차근차근 돌아본 전시회는 아이와 함께 유럽의 역사를 떠올려보는 값진 시간이었다. 나에게는 세계사를 배웠던 추억을 되새겨보는 시간이었고 아들에게는 앞으로 배울 세계사의 전개에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누군가에는 추억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미래의 배움에 대한 기대를 심어준다는 것이 바로 역사의 진정한 묘미인 것 같다.
마지막은 박물관에서 받은 오스트리아의 궁전 페이퍼 아트 키트를 집에서 함께 만들어 보는 것으로 하루를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