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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트쌤 Nov 13. 2022

청와대의 가을

울긋불긋한 청와대를 거닐다

"청와대 입장은 저희가 준비할 테니 시간 맞춰서 약속 장소에 도착해주세요."

얼마 전 '청와대의 무들'이라는 책 출간 기념으로 출판사 측에서 박상진 교수님과 함께하는 청와대 투어를 기획했었다.

청와대를 한 번도 안 가봐서 이 기회에 아들과 함께 참석해 교수님의 설명 듣고 싶어서 신청했는데 운 좋게도 당첨되어서 참석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박상진 교수님께서 직접 청와대에 있는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식수를 1시간 30분 동안 청와대 내부를 돌면서 설명해 주시는 코스였다. 단체로 이동을 해야 했고, 특히 청와대는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 약속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도 일찍 효자동 삼거리 분수대에 도착해서 아들과 수다도 떨고 우리만의 간단한 기념사진도 찍으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 장소인 효자동 삼거리 분수대 앞

약속 시간이 다 되어서 출석 확인이 끝난 후 교수님께서 시작과 함께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셨다.

"대통령 기념식수 설명 들으러 아침 일찍 오셨는데 웬 할아버지가 와서 당황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네요. 보시다시피 할아버지 맞습니다. 허허허"

교수님의 말씀대로 이날의 청와대 투어는 마치 나무 잘 아는 할아버지로부터  아침 산책길에 나무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가슴 따듯해지는 투어였다. 

반전은 이날 갑자기 서울 날씨가 영하로 떨어져서 몸은 엄청 추웠다


나무 한그루 한그루에 담겨있는 의미와 왜 역대 대통령이 기념식수로 무궁화를 많이 심었는지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는데 나무들을 사랑하는 교수님의 진심이 느껴졌다.

나는 도시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내가 알고 있는 나무 몇 가지를 제외하면 나무에 관한 지식은 전무후무한 수준이다. 평소에 아이에게 나무에 대해 설명해줄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 청와대를 다녀온 후 아이도 나도 많은 공부가 되었다.

청와대에는 각자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는 나무가 있었고, 얼마 전까지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머물던 곳이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훌륭하게 관리가 되어있어서 작은 나무, 큰 나무, 심지어 꽃들까지 한데 어우러져 청와대의 가을은 정말 장관이었다. 서울 한가운데에서 이렇게 멋진 단풍구경을 할 수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있던 나무들
가을 단풍을 눈에 가득 담을 수 있었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사용했던 곳이어서 깨끗하고 정갈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던 청와대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는데 교수님과 함께하는 1시간 30분의 투어가 금방 끝나버려 아쉬웠다.


"청와대도 꽃가루가 날려요?"

질의응답 시간에 아들이 교수님께 이런 질문을 했다.

"모든 나무들은 꽃가루를 날립니다. 꽃가루 날리지 않는 나무는 없어요. 꽃가루가 편하기는 해도 그래도 우리가 나무 덕분에 얻는 많은 장점들을 생각해보면 나무를 소중하게 다루고 아껴야겠죠?"

아이의 질문에도 성심을 다해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교수님과의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이 끝난 후 청와대 투어가 마무리되었다.

남은 시간은 둘이서 청와대 내부 관람도 하고 구석구석 다니면서 청와대를 돌아보았다.

서울에서 아들과 함께 한 단풍구경 그것도 청와대에서 구경한 가을의 단풍은 결국은 청와대도 사람 사는 곳이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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