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영어를 전담해서 가르친 지 벌써 7년이 되었고 올해가 끝나 2023년이 되면 8년째 접어든다.
시작은 여느 엄마와 별반 다를 바 없이 엄마의 욕심에 6살짜리 아이를 끼고 집에서 알파벳부터 시작했다. 영어 유치부가 있는 유명 대형어학원에서 교수부장으로 오랜 시간 동안 일한 결과 영유아 아이들의 학습 성향과 in-put 대비 out-put 이 어느 정도 인지 결혼 전에 알게 되었고 그 결과 아이를 키우면서 영어교육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아들의 영어교육은 지금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부모 중 한쪽이 공부를 도와줄 수 있다는 건 아이에게도 큰 이점이란 건 분명한 사실이다. 나도 영어학원비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아는 상황에서 7년 동안 영어 한 과목만 절약한 사교육비는 무시하지 못할 수준의 금액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물론 힘들기는 하다. 내 입장에서는 일의 연장선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나도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지인 중 한 분은(똑같이 영어강사 출신이다) 첫째는 엄마표 영어에 성공했는데, 늦둥이 둘째는 뭘 해도 예뻐서 가르치는 게 쉽지 않다고 하더니만 결국은 학원으로 보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엄마가 영어를 집에서 봐줄 수 있어도 여러 가지 여건이나 개인적인 이유로 결국은 학원으로 가는 아이들이 꽤 많긴 하다. 내가 가르치는 중인 몇몇 학생도 엄마가 영어강사 출신인 집이 몇 집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사교육 절감을 위해 학원에서 학생 가르치는 심정으로 꾹 참고 아이 공부를 봐주기는한다.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아들이 3학년까지는 순탄하게 하라는 대로 잘 따라와 주었고, 열심히 해준 것에 대해서는 나도 고맙게 생각한다. 4학년이 되면서 조금씩 영어단어 외우는 게 힘들어질 때마다 나름대로 불평도 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종종 보이기도 했고, 5학년이 된 이후부터는 슬슬 요령을 피우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도 어차피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종종 짜증을 내더라도 꾸준히 공부를 해줬고 그 결과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가르치다 보면엄마로서 욕심이 나는 건 사실 부인할 수가 없다. 조금 더 했으면 하는 마음에 몰아붙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러면 역효과만 나기 쉽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아이 입장에서는 난 선생님이 아니라 엄마이기 때문이다. 통상 학원에서는 공부하기 싫은 아이들도 시키면 어떻게든 숙제를 해오고 단어를 외워오긴 한다. 선생님이 시키니까 잔소리 듣는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열심히는 아니어도 최소한의 성의를 보인다.
그런데 아들에게 난 선생님이 아니다. 게다가 이제 곧 사춘기가 올 나이여서 자칫 무리했다가는 최악의경우 영어를 포기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나 역시 이제는 슬슬 아이 기분을 봐가면서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다.
나는 나대로 가르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아들이 어떤 점이 약하고 어떤 점이 강한지 제대로 파악이 가능하고 보완할 점에 집중시킬 수 있어서효율적인 학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무엇보다 제일 좋은 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크면서 아들도 나름대로 자기 생활이 점점 늘어날 테고 고등학생이 되면 학교, 학원 및 각종 스케줄에 치여서 내가 원해도 아이가 시간을 낼 수 없는 날이 올 수밖에 없으리라.
그래서 피곤해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이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고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