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등교 전에 청귤차 한잔과 호빵을 같이 먹으면서 책을 읽고, 나는 바나나와 함께 핸드 드립 커피 한잔을 내린 후 서평을 쓸 책을 읽는다.
테이블 한 구석에는 나무스피커에 전에 사용하던 휴대폰을 올려놓고 유튜브에서 독서에 방해되지 않는 음악을 틀어놓는다.
차분하게 하루를 시작하면서 책과 음악으로 마음을 달래다 보면 아침부터 서로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낼 일이 없다. 그래서 이 시간을 제일 좋아한다.
브런치 작가가 된 후 글쓰기를 규칙적으로 하면서 독서의 분야를 넓혔다. 전에도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글쓰기 전에는 독서 편식을 했었는데 요즘 읽는 책은 에세이, 자기 계발, 고전 문학, 시집 등 분야가 다양해졌다.
신간을 빨리 읽어보고 싶어서 각 출판사의 서평단도 골고루 신청했는데 운 좋게 당첨이라도 되면 집으로 매일 신간의 책이 배송되는 혜택을 누릴 수 있어서 꾸준히 서평단도 신청을 하고 있는 중이다.
책을 읽고 개인 SNS에 꾸준히 서평을 올리다 보니 아들이 요즘 내가 하는 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왜 맨날 엄마가 읽을 책만 당첨이 돼? 내가 읽을만한 책은 없어?"
"어린이 책 발간하는 출판사 수가 더 적어. 그래서 서평단 뽑는 횟수가 더 적어서 엄마가 응모는 계속하는데 이게 추첨이다 보니, 당첨도 적게 될 수밖에 없어."
"나도 서평단 해보고 싶은데..."
그러다 우연히 한 출판사에서 발간 전 어린이 도서의 사전 평가단을 뽑는데 당첨이 되어서 책을 받아 볼 수 있었다. 사전 평가단의 미션은 책을 읽고 아이가 직접 책의 평가를 해주는 것이었는데 서평이라는 것이 평소에 아들이 쓰던 독서록과는 성격이 달라서 평가를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스스로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한 번은 아들이 쓴 서평을 읽어봤는데 서평이 아니라 독후감을 써놔서 책의 줄거리와 결말이 다 나와있는 스포성의 글이 되어버렸길래 서평 이렇게 쓰면 영화 스포하는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서 안된다고 이야기해 줬더니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엄마가 서평 쓴 것 중에서 출판사에서 우수서평으로 뽑힌 글 위주로 읽어봐 그러면 도움이 될 거야"
대부분의 어린이 책도 서평단에 당첨이 되면 어른이 서평을 써야 한다. 그래서 아들이 읽은 책의 서평을 직접 써보라고 했다. 최근에는 아들이 책의 서평을 써 놓으면 내가 서평을 쓰면서 아들이 쓴 서평을 첨부한다. 어린이 책이다 보니 어린이 시선에서 읽은 관점과 어른의 관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아들의 의견과 내 의견을 취합해서 같이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글쓰기 연습이 되기 때문에 아들의 글쓰기를 향상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시를 어려워하는 아들에게 동시집의 서평을 써보라고 권유했다. 동시집의 예쁘고 감성적인 시를 읽어보면서 시에 대한 선입견이 조금은 사라졌길 바라는 마음에 권했는데 기꺼이 서평을 써 주었다.
서평을 쓰려면 책을 정독해야 하기 때문에 독서의 집중력도 향상되고 글쓰기 싫어하던 아들도 슬슬 책임감을 느끼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엄마가 글을 쓰니까 이런 점은 아이가 보고 배워서 장점이 되니 글쓰기를 게을리할 수 없는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