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사람들. 영어에도 miserable 있잖아. 영어도 뜻이 같아. Spelling 도 똑같아."
"아 그런 거였어? 그럼 엄마 프랑스어 발음으로 해봐."
"엄마가 프랑스어 발음은 못하니까 네이버 사전에서 검색해서 들어봐."
어느 날부터 아들이 레미제라블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유튜브에서 레미제라블의 OST를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Do you here the people sing?을 들어봤다고 한다.) 세계사 책을 읽다 보니 자주 언급되는 책인데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나 보다. 그러다 어느 날TV에서 레미제라블을 언급해서 호기심이 증폭되었나 보다.
레미제라블에 대해서 계속 질문을 하길래 책을 읽어보길 권했고 집 근처 도서관에서 레미제라블을 빌려왔다.
민음사에서 출간된 레미제라블은 아이가 읽기에 너무 부담스러운 독서량이 될 것 같아서 비룡소에서 출간된 어린이버전의 레미제라블을 빌려다 줬다. 어린이 버전이라고 해도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어서 책의 두께가 꽤 두꺼웠는데 아이 입장에서는 500페이지가 넘는 책은 처음이었다.
최근에 아들이 읽고 있는 책 중에 용선생 세계사 시리즈가 있는데 이 책도 기본 300페이지가 넘어서 분량이 만만치 않기는 하지만 그래도 세계사 책은 사진과 지도가 포함되어 있어서 시각적인 효과를 빼면 내용면에서는 글밥이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은 수준이다. 그런데 레미제라블은 세계사 책과 비교하면 분량이 부담스러울 만하긴 하다. 빌려다 주면서도 과연 아이가 이걸 읽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차분하게 잘 읽어 나갔다.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아들에게 고전문학 작품을 읽어보라고 권유를 했다. 내년에는 6학년이 될 테니 슬슬 중학교 입학 전에 중학생 필독서 위주로 독서의 폭을 넓혀야 할 시기이다.
"시간 있을 때 읽고 글도 써봐야 나중에 국어 때문에 고생하지 않으니까 창작소설만 읽지 말고 고전문학도 읽어봐."
"응. 레미제라블 읽어보니까 생각보다 괜찮던데 다른 책도 읽어볼게."
레미제라블을 빌려왔을 때 두께를 보고 '이거 총, 균, 쇠랑 비슷한 두께인데 다 읽을 수 있을까?' 라며 걱정하더니 시간 있을 때마다 틈틈이 읽어서 완독을 했다. 책을 끝낸 날 대단하다며 칭찬해줬더니 스스로도 뿌듯하긴 했나 보다. 겨울방학에 들어가면서 학교를 안 가니 오전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중학교 입학 전에 본격적으로 중학필독서 위주로 독서의 범위를 넓혀나가야 한다. 일단 시작은 교과서에 수록된 단편 위주로 읽고 난 후 중장 편으로 넘어가는 게 좋겠다고 했더니다 읽을 수 있냐고 묻는다.
"꼭 겨울방학 동안 다 읽어야 하는 건 아니고, 방학 끝나도 시간 있을 때마다 읽어두면 1년 안으로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다 못 읽으면 중학생 돼서 읽으면 되지."
"응, 알았어"
고학년이 되었으니 국어 대비를 위해서라도 기본적으로 국어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을 읽어두도록 권했고, 미리 읽어두는 편이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된다. 보통은 6학년이 되면 국어학원을 추가하는데 학원을 추가하는 것보다는 EBS필독 중학 문학 문제집을 풀어보는 걸로 결정했다.
6학년이 되면서 수학 학원의 시간표도 중학선행을 하면서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고, 이것저것 중학교 입학 전에 준비할게 추가되면서 지금까지 마냥 편하게 공부했던 아들도 본격적인 대비가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입시라는 기나긴 싸움의 서막이 슬슬 열리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