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어느 가을에 있었던 에피소드이다.
내가 일하는 학원은 4층 건물의 4층에 위치해 있다. 4층 전층을 쓰고 있는데 건물 뒤편에 있는 주차장에서 누군가가 담배를 피우면 4층까지 담배냄새가 그대로 올라온다.
지금은 관리인 아저씨가 바뀌어서 옥상의 문이 잠겨있지만 그 당시에는 항상 옥상의 문이 열려있어서 3층 사람들 중 흡연자들이 주로 옥상을 이용했기 때문에 옥상에서의 담배냄새 또한 그대로 계단으로 내려와서 학원 출입구 쪽에서도 종종 담배냄새가 나곤 했었다.
그래서 담배냄새를 없애기 위해 원장님께서 자주 탈취제를 뿌리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은 강의실에 들어갔더니 강의실에서 담배 냄새가 확 풍겨왔다.
중학생 반이어서 남자아이들 중 누군가가 담배를 폈나 보다고 생각하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애들에게 한마디 던졌다.
"얘들아 선생님이 오늘은 잔소리 좀 하고 시작해야겠다. 담배를 피우는 건 알겠는데 너무 티 내는 거 아니니? 냄새 많이 난다. 좋은 것도 아닌데 적어도 학원 오기 전에는 옷에 밴 냄새 좀 빼고 와라."
"네? 선생님 저희 담배 안 피우는데요?"
아이들의 반응에 그렇겠지, 당연히 안 핀다고 하겠지 누가 대놓고 순순히 인정하겠나 싶었다.
"응 알겠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좀 적당히 펴라. 너네는 잘 모르겠지만 선생님 들어오니까 너희 앉아있는 강의실에서 담배냄새 많이나"
"밖에서 냄새가 들어온 거 아니에요? 그런데 왜 남자애들이라고 단정 지으세요? 여학생 일 수도 있잖아요."
"남자던 여자던 너희 스스로도 솔직하게 말 못 할 만큼 안 좋은 건 줄 알면서 이렇게 티를 낼 필요는 없잖니?"
"우와! 우리 진짜 아닌데 억울하네"
정작 여학생들은 가만히 있는데 남학생들이 너무 티 나게 반응해서 이쯤 했으면 알아듣고 다음부터는 조심하겠지 싶어서 그만하고 수업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담배냄새는 밖에서 새어 들어온 냄새인지, 실내에서 나고 있는 냄새인지 금방 구분이 가능하다. 사실 전부터 강의실만 들어오면 담배냄새가 솔솔 나길래 그냥 넘어갔는데 그날은 좀 심하게 많이 났다. 그래서 참다 참다 한마디 해야겠다 작정하고 잔소리를 한 터였다. 그렇게 그날은 담배 냄새나는 강의실에서 수업을 마쳤다.
그날 강의실의 담배냄새 범인은 1년 후 어느 여름날 우연히 밝혀지게 되었다. 작년에 관리인 아저씨가 바뀌면서 건물 전체적으로 큰 변화가 생겼는데 그중 하나가 옥상의 문을 잠가놓은 것이었다. 옥상의 문이 잠기면서 당연히 열쇠는 관리인 아저씨가 소지하는 열쇠 한 개 만 존재했다.
옥상의 문이 잠기게 되자 학원의 원어민 선생님들이 열쇠를 복사해서 학원에 놓고 사용하려고 아저씨에게 받아다 달라고 원장님께 부탁을 했던 모양인지 퇴근하기 전에 단톡방에 원장님께서 열쇠 로비의 데스크 서랍에 넣어 두었다고 톡을 올렸다.
그런데 우리 선생님 중 한 명이 개인적인 대화를 단톡방에 잘못 올리는 실수를 하면서 바로 강의실의 담배냄새가 아이들이 범인이 아니라 선생님이었다는 걸 내가 알게 되었다. 해당 톡은 1분 안에 바로 삭제되었지만 이미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되었으므로 그 이후부터는 강의실에서 나는 담배냄새 때문에 생사람 잡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비록 아이들에게 사실을 아직까지 이야기해 주고 있지는 못하지만 괜한 오해를 해서 미안한 마음과 그 당시 남학생들의 억울한 표정이 아이들을 볼 때마다 떠올라서 그 이후로는 중학생 애들이 수업시간에 큰 잘못을 하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 준다.
얘들아 오해해서 미안한데 그 선생님의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범인이 너네가 아니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지 못하겠구나.
혹시 나중에라도 이 글을 읽게 된다면 그때 너희가 억울해했던 거 선생님이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