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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트쌤 Mar 14. 2023

빚쟁이가 학원으로 몰려오다

007 작전을 방불케 했던 어느 날

이 날은 보통과 다름없이 바쁘게 일하고 있던 날이었다.

한 학부모가 아이를 데려다준 후 나에게 급하게 오시더니 부탁을 하셨다.

"선생님 혹시 누가 학원에 와서 우리 아이를 찾으면 저에게 말해주세요."

"네, 어머님"

그날은 이상하게 학부모의 표정이 유독 안 좋았고, 불안에 쫓기는듯한 표정이었다.


그 당시 아이엄마 말로는 아이아빠가 수도권의 한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데 현금이 잘 돌아서 학원비도 카드가 아 현금으로 꼬박꼬박 내던 집이었다. 아버지가 어떤 사업을 하던 관심도 없었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는데 주위 선생님들이 사채 하는 집 같다며 수군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 당시 내 입장에서는 원비 안 밀리고 꼬박꼬박 현금으로 결제해 주는 학부모가 그저 고맙기만 했다.

  그런데 한 번도 학원비 결제일을 넘겨서 지불한 적이 없는 집 언젠가부터 차일피일 날짜를 넘겨서 학원비 결제를 하기 시작했다. 뭐 그래도 하루 이틀 정도 미납인 건 양반인 수준이었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어느 시점부터는 며칠씩 학원비를 밀리기 시작했다. 뭔가 싸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던 게 바로 이때쯤부터였다.

이를 학원에 데려다주는 엄마의 안색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더니 한 번은 금방 쓰러질 것 같은 얼굴이었다.

"어머님 괜찮으세요? 오늘은 유독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시는데 물이라도 한잔 드릴까요?"

"괜찮아요 선생님. 필요하면 제가 마실게요. 감사합니다. 요즘 남편 사업이 좀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받았더니 그런가 봐요. 죄송하지만 이번 달 원비도 좀 밀릴 것 같은데 제가 일주일은 넘기지 않도록 할 테니 사정 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그때는 미혼이라 잘 몰랐지만 학부모가 학원에 와서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기까지 얼마나 스트레스가 극심했을지 이제는 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아이 엄마는 자존심 내려놓고 학원에 솔직하게 말하기까지 엄청난 고민을 거듭한끝에 용기를 내었을 것이다.

당시 나로서는 알겠다고 안심시키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기에 그저 기다리는 것 이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 엄마가 학원에 모르는 사람이 와서 아이를 찾으면 본인에게 말해달라고 전달한 후 보호자는 학원도서관 옆에 위치한 비어있는 강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학생의 수업이 끝나기 한 시간 전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갑자기 학원에 들어와서 웅성거리며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대략 6-7명 정도 되는듯했다.

"선생님 여기에 OOO이라는 이름의 학생이 다니고 있죠?"

"전에 다녔던 학생인데 지금은 안 다녀요."

순간 본능적으로 아이를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 거짓말을 했다.

"그래요? 여기 다닌다는 얘길 듣고 왔는데..."

"죄송하지만 저희 지금 수업시간이라 여기서 이렇게 소란 피우시면 곤란하거든요. 저희 학원에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 학생이에요."

"네, 죄송합니다"

아주머니, 아저씨들은 우르르 몰려 나가서 학원의 메인 출입구 쪽으로 나가더니 계단에서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당시 학원은 주 출입구가 있었고 학원 복도를 따라 60m 뒤에 뒷문이 있는 구조였는데 아이들과 직원들은 화장실과 가까운 뒷문을 이용해 화장실을 드나들었다.

빈 강의실에 숨어있던 학부모에게 아이를 찾는 사람들이 왔으니 숨어있다가 수업이 끝나면 아이와 함께 뒷문으로 빠져나가라고 언질을 해 주었다.

원장님께는 따로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 수업이 끝나면 아이를 학부모와 함께 뒷문으로 나가게 해달라고 부탁을 드려 놓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아이는 엄마와 함께 수업이 끝난 후 학원을 빠져나갔고 뒤이어서 고학년 아이들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수업이 끝난 후 저학년들이 다 나갔는데 아이를 찾지 못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시 학원에 들어와서 아이의 행방을 물었, 난 모르는 척했다.

그런데 그분 일행 중 한 분이 화장실을 다녀오고 난 후 학원에 뒷문이 있다고 말했고, 사람들이 그럼 뒷문으로 빠져나갔나 보다며 놓쳤다고 수군거린다.

"선생님, 그 애 엄마가 우리한테 빌려간 돈이 있는데 지금 몇 달째 돈을 안 갚고 있어서 애 학원으로 쫓아온 거예요. 우리 돈은 안 갚으면서 애를 이런 비싼 학원에 계속 보낸다는 게 말이되요?"

나에게 따지고 들기 시작하자 원장실에 계신 원장님이 나오시더니 날 부르셨다.  

"죄송하지만 어떤 사정인지 저는 잘 모르겠요. 제가 많이 바빠서요, 원장님께서 부르시네요."

빚쟁이들에게 내가 둘러싸여 있으니 일부러 날 부르신 거였다.

"그 사람들 아직 안 갔어요? 그런데 왜 선생님을 붙잡고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자세한 건 저도 잘 모르겠는데  아이를 놓쳐서 저한테 상황 이야기를 하네요."

원장님이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무섭다고 하시는데 아이와 그 엄마를 놓친 빚쟁이들은 잠시 후 학원을 떠났다.


그날 오후 학원이 끝나기 전, 아이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학원을 일주일 정도 쉬었다가 나온다고 하길래 알겠다고 한 후 원장님께 전달드렸다.

일주일이 지난 후 아이 엄마가 간식을 사들고 학원에 찾아오셨다. 밀린 원비를 결제하고 학원에 폐를 끼쳐서 죄송하다며 빚은 다 갚은 상태이며 앞으로 학원에 빚쟁이가 찾아오는 일은 없을 거라며 사과하셨다.

도대체 무슨 일을 어떻게 하길래 학원까지 밀린 돈을 받으러 오나 짜증이 났었는데  일이 원만하게 해결되었는지 다행스럽게도 그 이후에는 빚쟁이들이 학원에 들이닥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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