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이라 하면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동남아 노동자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영어학원 또한 공공연한 인종차별이 벌어지고 있는 장소이다.
내가 처음 학원에서 정직원으로서 일하기 시작했던 2006년 첫해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학부모들의 인종차별이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곳이 바로 어학원이다.
우리나라의 학부모들은 유독 북미권 출신의 백인 선생님을 선호한다. 그래서 학원 측에서도 원어민 선생님을 채용할 때 항상 미국과 캐나다 출신의 선생님들 위주로 채용을 하고 있다.
의외로 영어의 본고장인 영국 출신의 선생님을 별로 안 좋아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 아이가 미국 선생님에게 배우며 미국식 영어 발음을 구사하길선호하기 때문이다.
한국 교육과정에서 배우고 있는 영어는 미국식 영어이다. 나 또한 캐나다에서 공부하면서 캐나다식 스펠링에 익숙해져 있지만 강의실에서는 미국영어 스펠링으로 가르친다.
엄마들이 원하는 아이들의 발음은 미국식 영어발음이다. 영국 영어의 엑센트를 듣고 영국식 영어 발음을 배우길 원하지 않기 때문에 유독 북미권 선생님은 한국의 어학원에서 엄마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학원에서 여건이 닿지 않아 영국, 호주, 뉴질랜드 출신의 선생님이 원어민 선생님으로 채용되면 웃프게도 원어민에게 미국식 영어로 발음해 달라고 요구를 하기도 한다. 실제로 나 또한 결혼 전 근무했던 학원에서 뉴질랜드 선생님과 근무할 당시 학부모로 부터 뉴질랜드 선생님의 엑센트가 신경 쓰인다는 학부모가 꽤 많았다. 정작 학부모는 아이보다도 영어를 못했는데 말이다.
흑인 선생님은 언감생심 채용할 생각도 못한다. 학교 같은 공교육이라면 다를 수 있겠지만 학원은 웬만한 배짱이 아니고서는 흑인 선생님을 채용하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원의 원장님은 한 때 영국 출신의, 게다가 흑인 선생님을 고용해서 일을 하기는 했었다.(지금은 전부 미국과 캐나다 출신의 백인 여선생님들이다)
두 번째로는 북미권 출신이어도 교포선생님을 차별하는 학부모도 있다.그들의 뿌리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인데 현지에서 태어나고 자란 교포 선생님들을 생김새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미국 시민권자인 교포선생님을 대부분의 학부모는 한국사람으로 여긴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그 당시 근무했던 학원은 그때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어학원 브랜드이고 모든 학부모들의 워너비인 학원이다.
그날 새로 등록한 학생은 싱가포르에서 온 학생이어서 귀국반에 배정이 되었다. 첫 수업이 끝난 후 나오는 학생에게 엄마는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선생님이 교포선생님인 것을 아이에게 듣고 안색이 돌변했다.
"저는 우리 아이 선생님이 백인 선생님인 줄 알았는데 왜 교포선생님이죠? 우리 애는 싱가포르에서 국제학교 다닐 때도 백인선생님과 수업했어요. 선생님이 교포선생님인 줄 알았으면 등록 안 했죠."
"어머님 저희 선생님은 미국 공립학교 선생님이셨던 분이에요. 교포 선생님이시지만 한국어는 전혀 모르셔서 수업 시간에 한국어 사용할 일은 없습니다."
"다른 반은 다 백인 선생님인데 왜 우리 아이 반만 교포선생님이죠? 그것도 마음에 안 들어요."
밖이 수선스러우니까 원장님께서 그 학부모를 원장실로 모신 후 따로 이야기를 하고 나와서 나에게 수강료를 환불해 드리라고 하셨다.
그 당시 원장님께서도 미국 교포였고, 한국어가 매우 서툴렀지만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면서 학원의 강사고용 방침에 대해 이해시키려고 노력하셨지만 학부모의 무례한 언행에 이 엄마는 설득이 안되는구나 싶었는지 포기하고 원비를 환불해 주라고 하셨다.
그때는 '별나게 유별난 엄마가 다 있구나' 하고 넘겼는데 어학원에서 오랜 시간 동안 근무해 보니 생각보다 많은 엄마들이 교포선생님을 한국인으로 생각하고 꺼리는 경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사실 언어는 발음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이 관건이다. 대화의 주제에 맞게 해당 어휘를 얼마나 잘 구사하느냐에 따라 그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의 지적 수준이 결정된다. 원어민 선생님의 피부색이나 눈동자색, 교포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의 공부에 대한 자세가 중요한데 학부모의 이상한 북미권 백인 선생님 선호도 때문에 학원도 어쩔 수 없이 원어민 선생님 채용 시에 국적을 따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