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발행한 글들은 학원에서 겪은 각종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선생님 관점에서 작성했는데 오늘은 아이들 관점에서 그동안 학생들로 부터 자주 들었던 이야기 위주로 써봤습니다.
"선생님 저도 놀고 싶어요"
이 부분은 학원을 한 군데만 다닌다거나 아니면 아예 안 다니는 친구들에게는 해당 없는 이야기일 것 같기는 하다.
우리 학원만 해도 상당수 초등학생들이 영어와 수학은 기본으로 다니고 추가로 예체능 과목을 수강한다. 게다가 엄마가 조금 더 사교육 욕심을 내는 집은 고학년이 되면 보통 역사논술을 추가해서 다니는데 사교육을 최고로 많이 했던 한 친구는 구O+와이즈O프+과학학원까지 정말 내가 봐도 언제 노는 건가 싶을 정도로 사교육에 꽉 차있는 아이도 있었다. 중학교 과학까지 학원을 다녀야 하나 싶을 정도로 의외로 과학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아이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적당한 사교육은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어른인 내가 봐도 '이 친구는 그러면 도대체 언제 노는 걸까?'라는 의문이 드는 과도한 사교육은 아이에게 독이 된다.문제는 '적당한'의 기준이 철저히 엄마의 기준이고 교육을 받는 당사자인 학생의 입장은 배제된다.
"학교 뭐 하러 다녀요? 어차피 공부는 학원에서 하는데"
이 질문을 우리 학생들이 가끔씩 한다. 그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라고 친구들과의 학교 생활에서 경험하는 추억들도 다 소중한 경험이 되는 거라고 조언해 주지만 정작 당사자인 학생들의 심리에 이런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건 어른도 함께 고심해 볼 문제이다.
공교육과 사교육이 적당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는 정도의 사교육은 학생들의 부족한 학습을 채워주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학부모의 욕심으로 과한 사교육에 시달리게 되면 당연하게도 놀고 싶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맞벌이 가정에서 아이를 맡기기 불가능한 경우 학원을 과목별로 등록해서 부모가 퇴근시간까지 일명 학원 뺑뺑이를 돌리는 집도 많은데(우리 학원에도 그런 친구가 있다), 어쩔 수 없이 학원 뺑뺑이를 이용해야 한다면 중간에 태권도나 음악줄넘기처럼 아이가 몸을 사용할 만한 운동을 넣어준다거나 좋아하는 예체능과 조화를 이뤄 시간표를 짜 준다면 아이들도 버틸만할 텐데 국영수과로만 꽉 채워진 시간표로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돌아가는 일상을 대부분은 다들 버거워한다.
"집에서 별로 할 이야기가 없어요."
내가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가장 의아했던 게 학원에서는 그렇게 말을 많이 하고 수다스러운 아이가 집에서는 통 말을 안 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학부모에게서 들을 때이다.
학교에서 있었던 소소한 일부터 학원에서 발생하는 어려움 등 아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자기만의 이야기를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털어놓는데 정작 학부모 상담 전화를 집집마다 돌려보면 어머님들이 우리 애가 그런 이야기를 하냐며 깜짝 놀란다.
나 역시 놀라는 이유가 그렇게 말이 많은 아이가 집에 가면 대화라고 말할 수도 없는 수준의 단답형 대답, 그리고 정작 부모님과 집에서 별 대화가 없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각 가정마다 개별적인 사정이 있고, 그 집안의 분위기까지 내가 다 알 수 없는 입장이므로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평소 말을 잘 안 하는 자녀에게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서 대화를 해보는 부모의 자세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브런치에서 한 가지 고백하자면 사실 그만 좀 말했으면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한 사람 이야기만 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각자 하고 싶은 말 다 하게 내버려 두면 수업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시간이 지체된다. 수업에 진심인 학생들은 같은 반에 말이 많은 학생들이 수업에 방해가 될 정도로 선생님에게 말을 걸면 표정이 달라진다. 내가 눈치가 보여서 적당히 응대해 주고 말을 끊으려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에 모터라도 달린 양 계속 말을 거는데집에서는 말을 안 하는 아이가 학원에서 그렇게 수다스러운 걸 보고 있으면 참 의문투성이다.
아이들이 학원 오면 가장 많이 하는 말로 이번 글을 작성해 봤습니다. 부모님들께서도 가정에서 되도록이면 자녀분들과 하루 일상을 대화로 공유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신다면 아이의 스트레스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 같습니다.
'일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 애가 말 거는 것도 피곤하다'
저도 주변 지인들로부터 이런 이야기 자주 듣습니다. 저 역시 워킹맘이기에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에서 가족 간에 대화가 부족하면 서로 모르는 게 너무 많아집니다. 내 아이를 나보다 주변사람들이 더 많이 알고 있는 것보다는 그래도 부모님이 더 많이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피곤하고 힘들어도 평소 아이가 어떤 점이 힘들고 불편한지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또 아빠 엄마는 어떤 힘든 일이 있었는지 서로 대화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