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월의 마지막주, 이제 대부분의 아이들이 새 학기에 적응해서 어느 정도의 피로도를 해소한 것 같다.
매년 새 학기가 시작되면 나 역시 아이들의 컨디션과 각자의 사정을 고려해서 수업을 진행한다.
아이들의 개별적인 상황과 새 학기 스케줄을 고려하지 않고 평소처럼 강의를 진행하면 새 학기 증후군과 함께 힘들어서 죽겠다는 아우성이 여기저기 빛발 치기 때문이다.
매년 새 학기가 시작하면 옆 강의실에서는 어김없이 ABC노래와 함께 1학년의 웃음소리와 시끌벅적한 게임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막 알파벳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파닉스를 공부하는 1학년들은 수업 시간에 단어카드를 사용해 게임과 노래를 섞어가면서 수업하기에 우리 반의 고학년들과 천지차이인 수업 분위기를 보인다.
그런데 작년까지만 해도 4-5 학년이었던 우리 반의 어린 신사, 숙녀분들은 5-6학년이 되면서 엄마들이 두려워하는 그분이 오셨다.
<사춘기>
신체가 성장함에 따라 성적 기능이 활발해지고 2차 성징이 나타나며 생식기능이 완성되기 시작하는 시기(출처:네이버 지식백과)
조금 이른 여학생은 벌써 5학년때 사춘기가 시작되었고 대부분의 남학생들도 6학년이면 사춘기가 오기 시작한다.
학부모 상담 시에 엄마들은 애가 선생님 말은 들으니까 야단 좀 쳐달라고 종종 부탁을 하신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머님... 실은 저도 5-6학년은 눈치 보면서 수업합니다...
요즘 초등학생들 사춘기 오면 한참 예민해져 있어서 선생님 역시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어른 입장에서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발언도 아이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기에 고학년들은 남녀 구별 없이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 요즘에는 여학생 못지않게 감수성이 굉장히 예민한 남학생들도 많기 때문이다.
"선생님 쟤네 너무 시끄러운 거 아니에요? 거슬리는데 선생님이 가서 좀 조용히 하라고 해주세요"
저학년 반에서 게임하는 소리가 들리면 어김없이 우리 반 아이들이 나에게 불만을 쏟아낸다. 아이들 역시 내가 중간관리자인걸 알고 있기에 내가 들어가서 잔소리하면 다 될 거라고 생각하는지 자주 이런 불만을 이야기하는데 사실 이건 월권행사이다.그래서 우리 반 고학년들을 잘 다독인다.
"1학년 이잖아. 3월이고 유치원 졸업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그리고 배울 때는 누구나 다 저렇게 배울 수밖에 없잖니? 여러분도 처음 배울 때는 다 그랬어요. 그때도 너네 시끄럽다고 언니, 오빠들이 지금 너희들처럼 똑같이 선생님한테 말했는데"
우리 반의 절 반 이상의 아이들이 1-2학년때 와서 지금까지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다.
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구시렁거리다가도 어느 정도 수긍을 한다. 매주 진행되는 학원 시험에 단어 테스트까지 소화해야 할 분량이 많은 고학년들은 사춘기가 오기 시작하면 한층 더 예민해져 있기에 옆 강의실에서 들려오는 1학년 아가들의 깔깔거리는 소리가 영 거슬리나 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1학년은 오후 늦게까지 수업이 있는 게 아니기에 사실 조금만 참으면 1학년들은 일찍 수업이 끝나고 학원을 벗어난다.
"알파벳만 일 년 내내 배우는 거 아니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자. 그러면 최소한 노랫소리는 안 날 거야"
"이상하네, 우리는 이렇게 시끄럽게 수업 안 했던 것 같은데요..."
"응, 너희도 이렇게 시끄러웠어. 단지 그때는 모르고 있었던 것뿐이야. 너희 수업 끝나고 나면 중학생들 오는데 선생님이 들어와서 너네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이야기해보라고 해줄까?"
"아니요.ㅋㅋㅋㅋ"
"너희도 다 커서 요즘 새 학기 시작하고 예민해져 있는 거 1학년 선생님도 아니까 조금 기다려줘. 선생님이 6시에 1학년 선생님 얼굴 보면 하얗게 불태운 후 엄청 피곤해하셔."
"그래요? 하긴 저렇게 노래하고 게임하면 힘드시긴 할 것 같아요."
사춘기가 오면서 아이들이 예민하고 날카로워 있는 건 해마다 고학년들의 사춘기를 경험하기에 내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고, 솔직히 고학년 되면 선생님 말귀를 더 잘 알아듣기에 조금만 다독여 주면 진짜 모난 학생이 아닌 이상 대부분은 수긍하고 다시 수업에 집중한다.
작년에는 사춘기를 정통으로 맞은 한 친구가 학원과 집에서 무척 힘들어했는데 올해는 모두 무탈한 한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매주 아이들을 다독여 가며 매일 수업을 끝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