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잘 안 움직인다. 멀리 안 나간다. 내 행동 반경은 주로 집과 아이의 학교까지인 1킬로미터다.
가을이라 그런지 식욕이 솟구쳤다. 어제부터 뭔가 얼큰한 국밥이 먹고 싶었다. 집 주변 국밥집을 검색하며 입맛을 다시다가 잠에 들었다.
여간해서 내가 그깟 밥 때문에 나가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나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점 찍어둔 순댓국집을 찾아 집을 나섰다.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이었다. 점심 시간을 피해보려고 열두시 오십분 쯤에 갔으나 사람은 아직도 많았다.
“혼자 식사 되나요?”
체반에 순대와 고기가 올려진 주방 선반에 붙어있는 자리에 앉았다. 맞은편에는 의자가 없는 자리였다. 부담 없이 앉을 수 있었다.
순댓국이 나왔다. 다대기를 넣어서 몇 숟갈 먹고 있는데 맛이 영 밋밋했다. 그래도 건더기를 새우젖에 찍으면서 열심히 먹았다. 다대기를 더 넣어야하는데 내가 다대기를 다넣었다고 판단한 사장님이 다른 테이블에 갖다줘버렸다. 할 수 없이 소금을 넣었다.
순댓국은 내 상상 속에서 더 맛있었다. 욕망이란 것은 그런게 아닌가. 상상 속에서 더 아름답고 매력적이고 황홀한. 순댓국과는 너무 안 어울리는 얘기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