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 뒤에 친구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게 됐다. 신부를 같이 아는 친구와 둘이서 부른다. 하울&제이의 <사랑인가요>를 부르기로 했다.
이 노래는 전적으로 내가 골랐다. 친구가 레스토랑에서 축가를 부탁하자마자 이 노래 어떠냐며 바로 한 소절을 불러제꼈다. 내 마음 속 결혼식 축가는 노을의 <청혼>과 이 노래, <사랑인가요> 두 곡 뿐이다.
노을의 <청혼>은 회사 다닐 때 한 과장님의 결혼식 축가였다. 과장님 하고 그렇게 친하진 않았지만 회식 자리에서 몇 번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과장님은 어렸을 때부터 가난했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고 했다. 우리 회사에 온 건 석사를 마친 뒤였는데 여자친구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연애했다고 들었다.
식장에서 <청혼>이 울려퍼졌다. ‘기다리란 말만 하면서 외면했죠’로 시작한 노래는 ‘나와 결혼해줘요’ 에서 절정을 치달았다. 과장님의 스토리를 아는 나는 내가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축가를 들으며 괜시리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 노래는 한 남자가 오랫동안 자신의 곁을 지켜준 여자에게 그동안 결혼하자는 말을 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이제는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노래였다. 가사 뿐 아니라 가슴이 뭉클했던 또 다른 까닭은, 그렁그렁한 눈을 하고 있으면서 표정은 애써 담담한 과장님의 희멀건 얼굴 때문이었다.
이 주 뒤에 결혼하는 친구는 예비 신랑과 오랜 기간 연애해온 사이도 아니고 <사랑인가요>가 더 잘 어울린다. <사랑인가요>는 해사하고 기대감 넘치는 축복 같은 노래다.
사실은 내 결혼식에 <사랑인가요>가 울려 퍼졌으면 했다. 축가를 불러주는 친구들에게 내 취향을 얘기 안 해서 다른 노래를 듣게 됐었는데 사실 친구들이 불러준 노래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뭐 사실 결혼식날 축가를 음미할 정신 따위가 없긴 했다. 신부 대기실에서부터 하객들에게 인사만 수십 번 하다가 카펫 위에서 미소 짓느라 안면 근육에 경련이 일었고 마지막 폐백할 때는 나도 모르게 성난 야수 같은 표정이 되어 있었다. 너무 힘들어서 빡이 쳤던 거다.
결혼식이 끝나고 나서 홀가분했던 기분과 다음 날 유럽으로 여행 갈 생각에 설렜던 그날 저녁이 떠오른다. 남편과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식장 근처에 있는 미니스톱에 들어가서 간식을 사먹는데 어찌나 즐겁던지. 다음 날 출국하기 전에 호텔에서 하루 잤는데 화장대에서 머리에 꽂힌 실핀을 뽑아내느라 거울 앞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빼도 빼도 계속 나왔다. 너무 힘들어서 아무래도 두 번은 결혼 못할 것 같다.
사랑인가요.
그대 나와 같다면 시작인가요.
맘이 자꾸 그댈 사랑한대요. 온 세상이 듣도록 소리치네요.
왜 이제야 들리죠. 서로를 만나기 위해. 이제야 사랑 찾았다고.
- <사랑인가요> 후렴구 -
친구는 어떤 노래든 다 좋은데 분위기 처지는 노래만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래, 이 노래가 딱이다. 방방 거리면서 환해지는 노래. 사랑의 시작을 선언하는 노래. <사랑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