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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monkeystar Feb 02. 2022

동생의 결혼 소식

날 쫒아 다니던 꼬마가 나보다 먼저 결혼한단다. 

2살 차이 나는 내 동생은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같이 놀기도 많이 놀았다. 

1년5개월 차이면 사실 친구와도 같겠지, 이야기 끝엔 항상 티격 태격 싸우긴 하지만 너무 보고 싶었다. 그녀가 인천 공항에 날 데리러 왔을때 얼마나 기뻤던가, 그 방글 방글 웃는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우리 자매는 정말 다른 성격을 가졌다. 외향적이고 진취적인 나에 반해 내 동생은 내향적이다. 꾸미고 다니는것, 외모 닮은 구석이 많이 없는데도,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다.


오랫동안 사귄 남자친구가 있다는건 알고 있었다. 미국에 있었을때부터 카카오 비디오로 가끔 얼굴을 보며 같이 대화를 했었는데 막상 실제로 보니, 어색했다. 



코로나 사태에 진작에 직업을 잃고 백수생활을 하던 내 동생은 많이 위축되어있었다. 언니에게도 내색을 못했었던듯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지역에 살고 있어 원래 한달에 한번 보면 많이 보는 사이지만, 결혼을 해버린다니 서운했다. 이제 마음대로 놀자고도 못하고, 만나면 우리 삼형제 셋만 아니라 더 그녀의 현 남자친구이자 미래의 동생 남편과 함께 해야 한다는 점도 싫었다. 


난 우리 세명이서 노는게 제일 좋은데, 전혀 모르는 사람이 함께 해야 한다니 너무 불편했다. 사교적인 겉모습과 다르게 나는 낯을 많이 가리니까, 원래 나와 다르게 원하는걸 좀 처럼 말하지 않는 내 동생은 자기의 속내를 잘 보이지 않는다. 원해도 원하지 않는척 한다고할까, 내가 오자 마자 우리 집 세여자가 여수로 여행을 했을때, 동생은 자신의 연애에 대해서 쿨내 진동하는 발언들을 했지만, 술먹고 취해서는 결혼하고 싶다고 울었다. 직업이 없어서 결혼을 못한다고 했을때 우리 다들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그 새 친구가 많던 내 동생은 회사를 그만두며 잠수를 탄지 오래 였고, 내가 그녀의 사진을 인스타에 포스팅하는것조차 질겁했다. (그녀의 몇 친구가 내 인스타 친구이기 때문이었다.)


나이는 차는데, 연애만 하고 있는 동생을 보며 답답하기도 했었다. 언제 자리를 잡으려나, 근데 막상 결혼을 한다고 남자친구를 부모님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안와도 된다더니 갑자기 불러내니, 선약 스케쥴을 부랴부랴 끝내고, 한정식 집에갔다. 



그리고 설날 처음 우리 삼형제는 훌라와 고스톱을 치며, 우애를 다졌다. 조개구이를 먹으러 가자는 제안에 순순히 그녀가 가고 싶어하던 포차에갔다. 유일하게 수입이 있는건 나이기에 내가 사야 한다는건 알고 있었다. 

그래 가자, 즐겁게 조개구이를 먹으면서도 동생은 남자친구와 전화받으러 나가고 부산스러웠다. 


예비 신부란 저런것인가? 


슬프다 정말로 내 베스트 프랜드를 떠나 보내는 마음이랄까, 이제 아무때나 부모님집에서 상투틀고 수다도 못떨고, 갑자기 전화해서 집에오라고도 못하고, 



보내주어야 하는 이 맘은 알고있지만, 섭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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