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llomonkeystar Feb 23. 2022

살아 있어 줘서 고마워, 아이를 잃은 엄마

타의로 첫 아이를 잃어버린 이야기.

대학 동기 그녀는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녀의 첫 남자친구, 너무도 사랑했던 첫사랑, 같은 대학을 다녔던 그 커플은 껌딱지 처럼 항상 붙어다녔고, 나는 자주 많이 서운했다. 남자친구가 생긴 이후로 우리는 거의 시간을 보내지 못했고 만나더라도 그녀는 항상 그녀의 남자친구 이야기만 했다.



어느날 그녀는 소리소문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호주로 떠났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리고 몇년 뒤 돌아온 그녀에게 들리는 그녀의 이야기에 나는 공감하기 조차 힘든 가슴아픈 이야기를 들었다.




많이 사랑했던 그 남자친구와 크리스마스에 사랑을 나누고, 예민한 그녀는 이상함을 느꼈단다. 약국에서 테스트기를 사오고 자취를 하던 그녀는 혼자 테스트기로 결과를 확인했다.



"결과는 양성"


전화를 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 그녀에게 남자친구는 고맙다고 말했다. 모든것이 순조롭게 이루어질거라고 생각했다. 둘은 사랑했고, 친구는 갖 정직원이 되어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 물론 남자친구는 공시생이었으나, 그것이 크게 문제가 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부모님과 함께 식자를 하자고 했다. 기뻣다. 그녀는 안심했단다. 우리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남편이 되고 더이상 외롭지 않게 살아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단다.



폭력가정에서 자란 그녀에게 남자친구는 한줄기 안식처이며 정서적 안전 지대였고 유일한 탈출구 였다.

비싼 소고기를 사주시며 반겨주시는 남자친구의 부모님에 드디어 떨렷지만 기뻤다고했다.



다음날 남자친구는 그녀의 집앞에 찾아왔다. 엄마와 함께 병원에 아이를 확인하러 가자고,


그리고 그날 그녀는 초음파로 아이를 확인했고 기뻐했다. 얼굴엔 함박웃음이 났고, 3주 밖에 안된 겨우 조그만 세포주머니들에게 이미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그녀는 그날 아이를 잃었다. 인공 유산을 원치 않았다고 했다. 울면서 빌었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잔뜩 신사임당을 부채처럼 펼치며 의사 선생님께 빌었다고 했다. 남자가 능력이 없어서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지워달라고 남자친구는 옆에서 말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으며 그녀는 쇼크를 먹었다.


무섭다고 빌었다고 했다 하고 싶지 않다고, 결혼하게 해달라고 했다는 그녀에게 남자친구의 어머니는 드라마냐고 화를 냈다고 했다.


수술실에 들어간 그녀는 마취제를 혈관에 흘려 넣고도 심장이 너무 뛰어 수술을 할 수 없어 다시 나왔다고 했다. 영양제를 넣으려는 간호사에게 화를 내며 그 남자의 어머니는 얘가 뭘했다고 영양 주사를 놓냐고 타박을 했다고 했다.


그저 우는 그녀에게 그녀의 어머니는 설득하고 달래고 화를 내고 한침을 씨름했고,


어린 그녀 갖 성인의 나이가된 23살의 여자 아이는 다시 수술실에 들어갔고, 두번째로 시도한 수면 마취제에 잠들고, 그렇게 아이를 잃었다.


이 후로 반쯤 정신을 잃은 그녀는 매일 술을 마시면서도 눈앞의 아이가 아른거렸다고 했다. 다행히 일을 하다보면 한 두시간 정도는 흘러갔고 그렇게 하루 하루를 버텨 냈다고 했다. 매일 남자친구에게 술주정을 하며 목을 매달기를 수차례 그러면서도 목숨을 부지 하는 자신을 원망했다고 한다.


더 이상 그녀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회사 앞 산부인과 의사는 그 사실을 알았지만 환자였기에 속내를 드러낼 수 없었고, 그녀에게 정신과 상담을 받을 권유를 했지만 어린 그녀는 보험을 들지 못한다는 정신이 온전치 않은 엄마의 말에 속으로 끙끙 앓으며 자살시도를 수차례 했다.


그러던 그녀가 질려버렸을까, 질 분비물이 이상해 패닉에 빠져 검진을 받으러 간 산부인과에서 의사는

약간의 화난 표정으로 하지만 담담하게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웠어" 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녀는 정말 머릿속이 하얗게 질렸단다. 무거운 바위가 있다면 그대로 그녀 머리위로 떨어진거 같았다고 했다. 몸에 힘이 빠지고 볼링 공이 가슴속에 끅끅 올라오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때 난 정말 욕도 하고 싶었고 울어 주고 싶었다. 담담하게 말하는 그녀에게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그래서 갑자기 계획도 없던 해외로 떠나 버렸단다. 더 이상 그곳에 있으면 죽을거 같아서, 살고싶어서 그런 남자를 헤어지지 못하고, 모르는척 사랑을 끊지 못하는 그녀가 싫어서 살 수가 없었단다.



아직도 그녀는 살고 싶지 않단다. 기분이 안좋은 날이면, 서랍속에 있는 약들을 다 털어 넣어 버리거나, 뛰어내리거나 목을 졸라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단다.

 


손을 잡을 수도 없는 가슴 아림이 느껴졌다.



내가 할말이 무엇이 있을까, 이미 아이를 낳고 잘 살아가고 있다는 그 남자의 소식을 전해 듣고, 세상에 신이 있다면 그녀에게 그저 그녀가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고 말해달라고 빌었다.



그저 살아 있어서줘서 고마워, 숨쉬고 있어줘서




하이 텐션의 그녀가 가끔 지옥에 있는 듯한 우울한 표정을 지을때, 나는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몰랐다. 이제 그녀를 이해한다. 그 어두움을 가까이 하고 싶진 않지만 그녀에게 상담 치료를 권유했다.



모든 사람들은 다들 아픈 상처가 하나 쯤은 있다. 그 크기는 그 누구도 평가하거나 재단 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하고 필요로 한다는걸 보여 줄수 잇진 않을까?



공유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도움될 수 없어서, 항상 멘탈이 약하다고, 일을 미룬다고 자책하는 소리를 하는 그녀가 사실은 깊은 우울감에도 매일 매일 그녀의 책임을 하루 하루 해낸 다는 것과, 미쳐 버렸을지도 모르는 사건에도 꿋꿋히 무너지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것에 존경을 표한다.



작가의 이전글 파리에서, 남친의  ex와이프에게 걸려온 전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