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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monkeystar Jun 23. 2022

스타트업 3개월 퇴사했습니다.

나는 자유가 좋아요 - 

많은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플렛폼중에서 우연히 보게 된 상주 프로젝트가 눈에 띄어 지원하게 되었다. 


좋았다. 같이 일하는 친구들도 좋았고, 그 찌든듯한 엘에이 교민들만 보다가 순하고 착해 빠져가지고, 둥글둥글한 귀염둥이들을 보니 참 세상 좋아졌다라고 생각도 들었다. 


2달간의 계약직, 가벼운 마음으로 서울에 놀러온다는 마음이었는데 회사의 사정 사정 끝에 좀 더 남아있기로 했다. 


이미 떠있는 마음 때문일까? 많은 연봉도 그렇게 반갑지 않았다. 나는 본디 지방 출신이라 북적대는 뉴욕을 좋아하지 않았다.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며 강남으로 이사갔다. 


너무 많은 사람들 복잡한 빌딩숲 광화문의 그것과는 너무 달랐다. 


반절만 해진 숙소는 가격이 2배 가까이 비쌌고, 디스크 통증에 찾아간 병원들은 5만원 하던 시술들을 21만원을 불렀다. 울며 겨자 먹기로 주사를 맞았지만, 벌써 한국이 익숙해졌나? 


21만원의 치료비도 아까워졌다. 미국에서는 50만원을 훨씬 넘었을텐데, 


몸이 아프니 모든게 싫어지고 귀찮고 피곤해진다. 이렇게 착해 빠진 동료들과의 일도 재미가 없어진다. 열정있고 반짝이는 눈을 한 이 동료들이 진행하는 일이 하기 싫어졌다. 


이 가득가득 사람들이 가득한 출퇴근길도 싫고, 풀과 나무 근처에서 나오는 향이 아닌 마른 도시의 바람이 나의 마음을 건조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짧아봐야 3개월은 잡아야 할만한 프로젝트를 1달만에 끝내라는 압박을 받고, 나는 그냥 아프다는 핑계로 퇴사를 했다. 급하게 한달만에 만든 클로즈 베타가 여러 문제가 당연히 터졌고, UX가 문제가 있다느니 어떤 스크린에선 버튼이 보이지 않는다느니 사실 난 웹사이트만 해봐서 모바일은 앱은 잘 모른다. 그건 내 경험 부족이니 인정 - . 그렇다고 CTO가 UXUI 디자이너의 고유의 업무인 AI를 하지 말라는게 말이 되나.., 


연봉이 많으면 뭐하나 아픈데, 하기 싫어졌다. 자꾸 바뀌는 디자인에 디자인 시스템도 그리드도 그리지 않고 그레픽 디자인마냥 표지만 딱딱 찍어내는 플로우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건 UX기획인데 템플릿으로 만든 웹사이트 디자인  IR DECK Redesign 등등의 비쥬얼 디자인만 하는게 싫었다. 그거 벗어 나려고 들인돈이 얼마인데.., 



디자이너가 아무도 없으면 안된다는 회사의 간청에 나를 위해 그림을 그려주겠다는 말에 그때만 진심이라는것도 알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똘똘한 후임을 뽑았다. 투자자의 소개라는 친구는 미안 안녕, 그대는 여기서 버티지 못한다. 어린 친구 마음에 상처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녀는 정말 잘했다. 기똥 차게 컴포넌트도 잘 뽑았고, 디자인 시스템도 잘 구축했다. 미안 내가 했었어야 했는데 매일 바뀌는 플로우에 디자인 띰이 그걸 하며 마케팅 컨텐츠까지 뽑아내려니 하기도 싫었고, 바쁘기도 했으니까. 



다행이다. 남의 사업장에 디자이너 자리 공백으로 남겨 놓고 당황스럽게 하지 않게 되어서, 디스크가 너무 아프니 사표 수리해달라고 슬렉을 넣었고, 나는 퇴사일을 당일 날짜로 적어 놓았다. 나는 나를 잡기 위해서 뽑은 디자이너를 이전부터 알게 모르게 인수인계를 다 해놓았고, 다행이 야무지고 똑똑한 그녀는 내가 뭘했는지 뭘 해야하는지도 안다. 



회사는 내가 그만둔다고 한날 다음 바로 내 후임자 면접을 보았고, 그 후임자는 하루 오전만 출근하고 오후는 재택을 하는 내가 원했던 조건으로 다음주에 회사에 입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불안해서 미리 플랜B를 준비 했는지는 알고 있지만 살짝은 섭섭했다. 말로는 내 중심으로 돌아가게 한다더니,



안타깝다 몸이 아프니 정신이 약해지고, 이렇게 좋은 친구들과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버리다니, 실컷 회사 옆으로 구한 비싼 숙소도 몇일 제대로 효용가치 없이 살게 되었다.



그래도 3달짜리 프로젝트를 1달안에 끝내라고해서 엉망인 앱을 출시 하는 것보다 낫다. 몸도 아픈데 그런 스트레스까지 견딜 필요는 없으니까.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 다음 프로젝트를 진행해야겠지? 오늘도 굿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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